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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했나, 푸틴의 몰락이

2022-09-2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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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탈출구를 찾아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출구는 다름 아닌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주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러시아군 점령지역이다.” 워싱턴 이그재미너지의 지적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7개월을 불과 3일 앞둔 9원21일(현지시간)이었나. 푸틴이 부분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날이. 전황이 러시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정황에서 푸틴은 나름의 국면전환용 3종 세트의 카드를 빼든 것이다.

30만 예비군 동원령 발표가 그 하나다. 그 둘은 점령지역에서의 러시아 합병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 실시다, 그 셋은 영토 보전과 국민 보호를 위한 핵무기를 사용 할 수 있다는 강력한 협박성 시사다.


이 세 가지가 그렇다. 각각 별도로 보인다. 그러나 서로 맞물려 있다.

서둘러 점령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와 합병한다. 그 영토는 따라서 러시아 영토다. 그렇기 때문에 징집병인 예비군을 동원해 파견해도 아무 법적인 하자가 없다.(러시아 법상으로는) 그 신성한 러시아 영토를 외국세력이 침범(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실지회복 공격)해올 때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도 가능하다.

이런 자기중심의 괴기한 논리를 자락에 깐 푸틴의 국면전환 노림을 이 신문은 비꼰 것이다.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이 주들을 러시아군은 아직 완전 점령도 못했다. 그런 가운데 투명성이 배제된 채 실시된 주민투표다. 그 결과를 우크라이나와 국제사회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유엔은 무력으로 합병한 영토를 인정하지 않는다. 2차 세계 대전이후 굳어진 국제사회의 관례이기도 하다. 따라서 답은 한마디로 ‘노’다.

그런데 왜 사기성 주민투표를 강행했나.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군사가 아닌 정치적으로 막겠다는 심사다.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됐다. 때문에 이 지역 공격을 러시아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핵 보복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함으로써 공격을 저지하겠다는 거다.

30만의 예비군을 동원으로 전황을 반전시킨다. 이 역시 망상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는 병력이, 화력이 열세여서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패가 만연해 있다. 장병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군장비와 물자가 고갈상태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적인 예비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러시아는 예비군 동원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30만의 병력을 먹이고, 입히고, 수용하고, 군 장비를 지급하는 일도 물자고갈 상태의 러시아로서는 여간 벅찬 게 아니다.


거기다가 30만 병력을 전투 부대로 육성하는 데에는 3~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문제는 그런 과정을 거쳐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을 때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부분 동원령은 전황 반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싱크 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단언이다. 이와 동시에 이런 진단도 내리고 있다. “푸틴의 확전 결정은 자포자기성의 절망적 몸부림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루키우 주에서의 대패 후 푸틴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으로부터는 아무 지원이 따르지 않고 있다. 인도와 터키는 종전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미국과 유럽에 압력을 가해 평화라는 이름하에 양보를 얻어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다.” 이어지는 분석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 마당에 푸틴이 확전 결정과 함께 핵 공격 위협을 가한다. 이를 통해 노리는 것은 우크라이나지원 반대 여론 확산이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주 터무니없는 계산도 아니다. 키신저로 대변되는 서방의 현실주의파들은 푸틴이 내건 조건, 다시 말해 푸틴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식으로 한 종전협상을 주장해온 것도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 역시 망상으로 보인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도 성공적인 에너지비축과 함께 아주 단호한 입장이다. 푸틴은 겨울 내내 크렘린의 요새에 숨어 자신의 정치적 책략이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몽상일 뿐이라는 것이 싱크 탱크 스트래터지스트의 지적이다.

동원령 내려진 것은 푸틴의 철저한 계산에 따른 자신감보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으로 ‘푸틴의 확전 결정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러시아 내의 강경세력을 달래기 위해서 인 것’이라는 게 월 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이다.

이런 흐름에서 푸틴은 작은 허점을 드러내도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 한 가지 가능성은 쿠데타다. 키이우에서, 하르키우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경제는 하루하루 무너져간다. 그런 와중에 내려진 동원령은 푸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된다.

현실감각이 상실된 채 크렘린에 고립돼 있는 그 푸틴을 탄핵하라는 움직임이 동원령 발표와 함께 벌써부터 확산되고 있다. 모스크바의 분위기는 당장 쿠데타가 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지의 보도다.

폴리티코지의 전망은 더 잔인(?)하다. 어느 날 눈을 떠 보니까 ‘푸틴, 고층 창문에서 추락사’기사가 날 수도 있다는 가상 보도와 함께 푸틴은 전범으로 체포되거나, 리비아의 카다피가 맞았던 그런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런 일이 언제….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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