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고용 붐을 견인했다. 게다가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활황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건 분명한 ‘팩트’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던 때처럼) 이번에도 필자는 팩트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한 트럭분의 혐오 메일을 받게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노동절을 맞은 지금까지 미국 경제는 코비드-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일시적 혼수상태에 빠지기 이전인 트럼프 취임 후 첫 37개월간에 비해 훨씬 많은 일자리를 추가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바이든 집권 후의 일자리 증가는 경제봉쇄 해제에 따른 자연스런 노동시장 회복세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바이든의 경우처럼 고용이 위축된 상태에서 출발하면 일자리를 비교적 쉽게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의 고용증가세는 거의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고용 전문가들은 2022년의 평균 실업률을 5.2%로 예상했으나 이제까지의 평균치는 3.7%에 불과하다.
바이든 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분 이상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최근 가스비가 갤런당 4달러 이하로 떨어졌으니 다소 다른 대답이 나올지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이긴 하다. 만약 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수준의 실업률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면 근로자들의 살림살이는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바이드노믹스는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늘어나는 실업률이 미국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측청하려면 먼저 두 가지의 중요한 개념적 이슈부터 다루어야 한다.
첫째, 완전고용 상태인 근로자들의 임금만을 따져볼 것인가, 혹은 바이든 붐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실직상태에 머물러있거나 근로시간이 단축된 미국인들의 임금까지 들여다 볼 것인가? 둘째, 바이든 취임 이후의 고용 붐이 물가상승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여했나?
고용율과 근로시간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를 포함시킨다면 바이드노믹스는 의심할 여지없이 노동자들에게 유익한 정책이었다. UC버클리 교수인 토마스 블랑셰, 엠마뉘엘 세이즈와 가브리엘 주크먼은 월 단위로 미국인들의 업계별 임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리얼 타임 인이퀄리티’(Real Time Inequality)를 개설했다. 이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취업연령대 성인 1인당 근로소득은 2021년 1월에서 2022년 7월 사이에 3.5% 증가했다.
더구나 최대 인상폭은 최저수준의 임금 수령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보면 바이든이 견인한 고용 붐은 전반적인 임금 인상을 불러오는데 그치지 않고 임금 불평등까지 축소한 셈이다.
바이든이 취임했을 당시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던 근로자들의 경우는 어떤가? 인플레이션으로 구매력이 오히려 하락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그렇긴 하지만”이다.
매니저급이 아닌 평 근로자들의 시급부터 들여다보자. 소비자 물가를 감안하면 이들의 임금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3% 하락했다. 그러나 임금하락은 전적으로 음식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국내 경제 정책과는 거의 무관한 국제적인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익 경제 해설가들은 트럼프 시절의 낮은 유가 수준을 즐겨 인용하지만 원래 국제 원유가는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 칠 때 동반 추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가스비 하락에 기대어 약 0.5% 상승했고, 8월에도 추가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드노믹스가 임금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길 원한다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와 임금을 견주어보아야 한다. 이런 바탕에서 보면 실질임금은 바이든 취임이후 변동 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결과적으로 바이든이 이끈 고용 붐은 근로자들에게 확실한 도움을 주었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바이든 취임 시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던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그건 미국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식품과 에너지 시장에 발생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노동시장은 소득 불평등을 축소했고, 향후 추가 임금상승과 소득 불평등 해소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이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 기울면 오랫동안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미국의 노동운동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노조 결성 시도가 부쩍 늘어났으나 통계상으로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노동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노조를 대하는 태도에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노조에 대한 대중의 지지율은 1965년 이래 최고 수준인 71%에 도달했다.
이렇게 보면 바이드노믹스가 미국 노조의 활성화를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노조는 임금, 그중에서도 특히 비숙련 노동자의 임금을 밀어 올린다.
다시 말하지만 고용 증가의 효과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고실업상태를 유지해야 할 경우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바이드노믹스가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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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