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업체 간의 물건 구입시 거래조건

2022-09-13 (화) 이상일 변호사
작게 크게
사업체 간의 물건 구입시 거래조건

이상일 변호사

사업체 간의 상거래시 거래내용이나 대금 지급관련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이다. 매매 조건에 대한 계약서를 일괄적으로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분쟁이 발생한 후에 실제적인 계약조건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부터 서로의 입장이 대립한다. 물론 상거래시 분쟁이 되는 여러 이유는 업종에 따라 다양하나 미주 한인분들이 많이 종사하는 의류의 구입과정을 예로 들어 보겠다.

일반적으로 의류를 구입하고자 하는 도소매업체는 의류의 샘플을 근거로 제조사 또는 수입업자에게 구매주문서 (Purchase Order)을 발송한다. PO라는 약자로 많이 알려진 서류에는 원하는 디자인, 색깔, 종류, 수량은 기본이고 배달 날짜와 만약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업체에서 원하는 환불조건까지 적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사나 수입업자는 그 PO에 근거하여 물건을 배달한다. 그리고 물건 배달 시 그 배달을 확인하는 배송 서류(Packing List)를 첨부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서로의 입장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많은 Packing List에는 물건의 품질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일정기간 이내에 제조사에게 통보를 하여야 환불이 된다는 등 제조사에 유리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PO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과 전혀 다른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정도에서만 끝나도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서로 주고받는 서류는 다양하다. 제조회사는 당일 또는 하루 이틀 후 매도한 물품 금액 청구서 (Invoice)를 주문한 회사에 발송한다. 그리고 그 Invoice에 지금까지 PO나 Packing List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조건을 첨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30일내에 또는 어느 일정기간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금액의 이자를 지불 한달 지 또는 분쟁 발생시 패소한 쪽에서 변호사 대금을 비롯 법원 비용을 책임진다는 등 원래 PO나 Packing List에 없었던 조건 또는 전혀 다른 조건들이 또한 작은 글씨로 빼곡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냥 이 정도에서 끝나도 다행이다. 그 후 당사자들 간에 분쟁이 생기면서 많은 전화나 이메일 등이 오간다. 사실 오래전에 작성하고 수년간 읽어보지도 않아 본인들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위 서류들의 내용의 검토는 시작부터 무시하고 나름데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타당하다고 여기는 해결 방안을 모색 하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안될 경우 결국 법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위의 간단한 그리고 흔히 발생하는 상거래 내용에서 그러면 어떠한 조건이 당사자들의 거래 조건으로 인정이 되는 것일까? 전혀 다른 PO, Packing List, Invoice,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Chargeback 서류 등에 나름데로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조항을 짜 집기 식으로 주고받은 서류 들에서 법적으로 인정되는 계약조건을 추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복잡성을 정리하기 위한 상거래법(Commerce Code)이라는 일종의 특별한 법의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Commerce Code에 의하면 일단은 당사자 중 먼저 서류를 보낸 쪽의 서류 내용이 기준으로서 출발점이다. 즉 Purchase Order를 주문회사에서 먼저 보냈다면 일단 Purchase Order에 명시되어 있는 거래 조건이 당사자들 간의 합의조건으로 인정이 된다. 그 후 Packing List나 Invoice 또는 그 외 서류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 중에 PO의 조항과 상응하지 않는 조항 들은 당사자들의 합의 조건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위의 기본 원칙을 토대로 누락된 조항 중 꼭 필요한 조항은 당사자들이 거래 시 주고받은 대화 내용 또는 거래 업계에서의 일반적인 관행 등을 감안하여 법에서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조항을 적용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부분 업체의 PO, Packing List, Invoice등은 원래 여기 저기에서 짜 집기 식으로 맞추어 작성한 서류들로 수년 또는 십 수년 동안 한 번도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 따라서 분쟁이 발생시 뜻하지 않은 곤란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 가끔 한 번씩 업체에서 사용하는 서류들의 검토 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문의 (310)713-2510

이메일:silee@leeparklaw.com

<이상일 변호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