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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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고환율에 울고 웃는 한인사회

2022-09-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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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기관차 같다. 불과 한 달여 전 환율이 1달러 당 1,300원을 넘어설 때만 해도 더 올라가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것 같았는데,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1,350원이 허무하게 무너지더니 이번 주에는 1,380원대까지 치솟아 1,4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상황이 만든 산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대규모 실업과 경제 불황 타개를 위해 미국 정부가 극단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엄청나게 풀어놓은 자금이 높은 인플레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에 통화 당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다시 급격한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 모드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안전자산 달러 수요 급증이 달러 가치를 계속 치솟게 하고 있다.

여기에 빨간불이 들어온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세,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유럽의 에너지난 등이 겹치면서 유로화와 위안화 등 주요 화폐들의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과 한국 간 금리 격차도 벌어지자 원화 가치까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상승이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에 미치는 파급력은 엄청나다. 달러를 든 미주 한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에 돈을 송금하는 경우 앉아서 10~20%의 돈을 더 번 셈이 됐지만 한국의 자산에 의존하고 있는 유학생들이나 주재원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가는 환율에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환율 쇼크가 단기간에 진정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달 또 다시 ‘자이언트 스텝’(0.75%p 기준금리 인상) 단행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연말까지 1.5%p 정도를 더 올려 내년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렇게 치솟는 와중에서 환율이 다시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 분명하다. 어느 입장에 처해 있든, 고환율 시대가 내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가계나 비즈니스에서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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