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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 물자대란’이 온다고?

2022-08-2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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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폭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60여년만의 최장기록이다. 역시 기록적 가뭄에 강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 이와 함께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이 정황에 한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끈다. ‘독재체재들의 내파(內破)상황에 대비가 돼있나’- 의회 전문지 더 힐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오랜 코비드 팬데믹 끝에 불황이 덮쳤다. 뒤이은 것이 전쟁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이다. 전쟁은 세계 금융시장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심각한 사태를 불러왔다. 에너지가 앙등에, 식량위기다.


에너지가 급등만 해도 여간 부담이 큰 게 아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그런데다가 식품 값은 계속 치솟고만 있다. 식량비축에 나서야 할 타이밍인데 돈이 없다. 어떤 후과가 따를까. 더 힐지는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 값이 뛴다. 이는 기근으로 이어지기 일쑤이고 뒤따르는 것은 폭동이다. 과거 역사에서, 또 현대에 들어서는 독재체제의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보아온 현상이다.

중국의 역대 17개 왕조 중 5개 왕조는 가뭄에 뒤이은 기근으로 무너졌다.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도 기근이 촉발한 대대적 민중봉기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2010년대 초 중동의 아랍권 거의 전역으로 번진 대대적 거리시위, ‘아랍의 봄’도 식품가 앙등에서 비롯됐다.

식품과 에너지가는 우크라이나전쟁 이전부터 이미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급격한 식품값 상승과 함께 ‘글로벌 사우스’로 통칭되는 적지 않은 개발도상 국가들이 기아상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집트가 그 대표적 케이스다. 고질적 부패와 팬데믹에 경제가 흔들리면서 식품가도 앙등, 상황은 점차 위험수위를 향해가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배고픈 군중이 거리로 뛰쳐나가 20년 간 권력을 독점해온 부패정권을 무너뜨렸다.

반정부 시위물결이 넘쳐나고 있는 기니, 300%가 넘는 식품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는 레바논, 케냐,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그 리스트는 계속 늘고 있다.

“이는 그러나 대파국의 서곡에 불과할지 모른다. 수년째 이어지는 가뭄, 이에 따른 중국의 물 부족 위기는 날로 심화, 전 지구적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경고다.


물은 다른 물자와 달리 대용품이 없다. 농산물 재배, 에너지 생산, 더 나가 인류사회 지탱에 필수적 물자다. 그 물은 중국에서 그동안 급격한 발전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해왔다.

문제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 식량안보정책을 포함한 지난 40년간의 폭발적 발전 기간을 지내면서 중국의 수자원은 극도로 오염된 데다가 거의 고갈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심각한 물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지역은 양자강 이북의 동부 사천성에서 하북평원에 이르는 10억 인구가 몰려 살고 있는 내륙지역이다.

2020년 현재 하북평원의 1인당 하루 물 공급량은 253 큐빅 미터로 유엔이 가장 극심한 물 부족 지역으로 지정한 이집트의 1인당 하루 공급량 570 큐빅 미터를 크게 밑돈다. 홍콩의 경우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심각한 담수 부족으로 바닷물을 화장실 용수로 사용하는 등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심각한 모두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다.

거기다가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물의 상당 부분은 인간소비 부적격 판정을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의 2018년 발표에 따르면 수년에 걸친 수질개선 노력에도 불국하고 지표수의 19%는 인간소비 부적격으로 드러났다. 또 7%는 어떤 용도에도 사용불가라는 판정을 받았다.

가뭄 때 주 물 공급원인 지하수의 오염은 더 심각해 30%가 인간소비 부적격, 16%가 절대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무엇이 불러온 현상인가. 난개발에, 심각한 환경오염이 그 주범이다.

화북평원의 경우를 보자. 이 평원의 총 면적은 약 409,500제곱킬로미터로 강우량이 극히 적은 건조한 지역이다. 이 하북평원이 그런데 지난 20년 간 중국의 곡창지대로 거듭났다. 중국 전체 밀 생산의 40%, 옥수수 생산의 45%, 면화 생산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어떻게 가능했나. 자급자족을 목표로 식량안보정책을 몰아 부친 결과다. 그 과정에서 지하수를 마구 뽑아 농업용수로 사용했다. 그 결과 이 지역 지하수는 거의 고갈상황을 맞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농업증산을 위해 살충제를 과다 투입했다.(미국의 다섯배) 거기다가 화학물질 등 온갖 산업폐기물들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심하게 오염됐다. 중국공산당 정부는 업적자랑에만 급급해 이 같은 오염상황을 숨기며 방치해왔다.

심각한 물 부족 사태와 함께 하북평원에서만 올해 작황은 33%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뒤따를까. 곡물비축을 위해 중국은 사재기에 나선다. 그 결과 국제 곡물가가폭등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수백, 수천만 빈곤층들은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처지에 몰린다.

이와 함께 2007~2008년의 식량위기, 그러니까 전 세계 30여개 국가가 폭동에 휩쓸리고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 등지에서는 정권이 무너지는 등 전쟁전야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중국의 물 부족 사태는 식량위기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전력부족을 야기, 중국의 제조업 생산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말이 아니다. 수 십 년에 걸쳐 형성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적인 물자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전쟁으로 시작된 2022년은 이래저래 ‘끔찍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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