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에겐 특별한 점이 있다.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비겁한 협잡꾼인지 보여준다. 지난주 펜스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사태를 조사하는 의회의 ‘1월6일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의회 조사단은 그의 증언을 듣고 싶어하고, 펜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난 수주일간 펜스의 변호사와 의회의 조사위원회는 비공식적으로 그의 청문회 증언을 논의했다.
혹시 억지로 청문회에 끌려 나가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의회의 소환장 발부를 유도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진실을 가리기 위한 꼼수인가? 펜스의 속셈을 헤아리긴 늘 어렵다. 원래 신념이 없는 사람은 분명한 소통을 하지 못한다.
지난 1월, 의사당으로 몰려간 트럼프의 폭도들은 펜스를 협박했다. 그들은 “마이크 펜스를 교수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그를 처형하기 위한 교수대도 세웠다. 당시 펜스는 아슬아슬하게 폭도들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그는 도널드 트럼프 교도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날 벌어졌던 참담한 일에 관한 언급을 자제한다. 트럼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옛 보스와의 사이에 약간의 거리두기를 시도할 뿐이다.
펜스는 자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 듯 보인다. 하지만 대체 누가 그에게 표를 준단 말인가? 트럼프 교도들은 아직도 펜스를 증오한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에게 표를 줄 리도 만무하다. 아마도 그는 트럼프의 숱한 스캔들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 모른다. 설사 그의 희망사항이 실현된다 해도 펜스의 앞에는 ‘트럼프 2.0’으로 통하는 론 드산티스가 버티고 있다.
펜스는 우익 내부에서 조용히 불만을 삭히고 있는 정통 공화당원들이 자신과 같은 전통적인 보수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을 가진 듯 보인다. 트럼프는 아니지만 트럼프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바로 나’라는 착각이다. 물론 맹목적인 야망이 한껏 부풀려놓은 환상에 불과하다.
펜스 대통령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그에게는 기댈 세력도, 노려볼만한 기회도 없다. 사실 그는 형편없는 정치인이다. 그가 주지사로 활동했던 인디애나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해 데리고 가자 환호성을 질렀다. 펜스의 주지사 재임기간은 말썽으로 얼룩졌다. CNN 보도에 따르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펜스를 부통령후보로 지명하자 인디애나의 공화당 관리들, 보좌관들과 선거원들은 “주지사 선거에서 펜스를 제거함으로써 공화당은 수년간 이어져온 동성결혼과 종교자유를 둘러싼 사회적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흡족해했다.
세 번 결혼한 트럼프는 진정한 종교적 정체성이 없는 떠벌이었기에 2016년 선거에서 공화당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펜스를 기용했다. 트럼프는 그가 가장 아끼는 책이 성경이라고 말했지만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허풍쟁이였다. 그가 대선 출마의사를 흘린 2015년, 이같은 돌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얼토당토않은 대답을 내놓았다. “성경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비슷한 대답을 덧붙였다. “성경은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사적인 일? 즐겨 암송하는 성경구절을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공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성경은 기독교인들에게 복음의 공유를 끊임없이 권한다. 성경구절은 손에 쥔 도박판의 패처럼 악착같이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니다.
디모데 후서 4장2절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
트럼프는 러닝메이트인 펜스에게 그가 잘해낼 수 있는 역할을 맡겼다. 펜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순한 외골수의 이미지를 유지해가며 주군에게 아첨하는 트럼프의 종교적 방패였다. 사랑에 빠진 10대 청소년처럼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칭찬하는 게 그가 하는 일의 전부였다. 4년 동안 펜스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보스를 떠받치고 박수를 치며 마치 주인만 바라보는 애견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나서야 펜스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에게 모든 관계는 거래이며 충성은 쌍방통행이 아니었다.
신앙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펜스는 트럼프가 저지른 부정직하며 비도덕적인 온갖 행동을 가려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스의 눈 밖에 났다. 그럼에도 펜스는 자신이 거든 트럼프의 범법행위를 온전히 털어놓지 못한다. 그는 법치를 무시하는 트럼프의 조력자이자 공범이었다. 둘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 은폐했다. 늘 능동적인 동참자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펜스는 일관되게 트럼프를 띄우고, 두둔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1월6일, 펜스가 올바른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직전까지 그가 비겁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FBI의 마러라고 압수수색과 관련한 질문에 펜스는 요령부득의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FBI를 두둔하면서도 “법무부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말했다. 대체 어떤 책임을 묻는단 말인가? 이게 바로 펜스의 이중화법이다. 그는 늘 양립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려든다.
만약 필자가 평소에 펜스를 높게 평가했다면 분명 그에게 실망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찰스 블로우
1994년 NYT에 그래픽 에디터로 입사하여 2008년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승진했다. TV 해설자이며 정치, 사회정의,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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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M. 블로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