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순다르 피차이
2022-08-22 (월)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의 상을 받았던 2020년 2월10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트윗글이 화제가 됐다. “역사적이며 충분한 자격이 있는 수상이었으며, 참 재미있게 봤다”는 칭찬과 함께 ‘축하합니다’를 한글로 쓰고 태극기 이모티콘까지 덧붙인 것이다. 피차이는 2019년에도 인기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와 개별 만남을 가질 정도로 한국의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인도계 미국인인 피차이는 구글과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CEO다. 1972년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공과대에서 금속공학과 재료공학을 공부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반도체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구글에는 2004년 4월에 들어갔다. 입사 초기 구글 툴바 개발로 실력을 인정받은 피차이는 2008년에는 구글의 독자적인 브라우저 크롬을 만들었고 그 공로로 입사 7년 만인 2011년 구글 크롬 수석부사장에 발탁됐다.
피차이의 크롬은 2012년 ‘무적함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무너뜨리고 세계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다. 피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수석부사장과 구글 제품 관리 수석부사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입지를 넓혀갔다. 피차이는 2015년 8월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알파벳 CEO로 옮기면서 구글 CEO에 오른다. 신입 사원으로 구글에 입사한 지 11년 만에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클라우드·양자컴퓨터 등 영역에서 걸출한 성과를 내고 2019년 12월부터는 알파벳 CEO까지 겸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16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전하면서 구글도 신규 채용에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피차이가 최근 “제품 우수성과 생산성을 높이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 일을 상기시켰다. 피차이의 외침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애플·메타 등도 노동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도 초일류 기술력 확보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 인재 양성과 규제·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