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에 대한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 같다.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이었지만 대만은 물론이고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바둑을 즐긴다고 하며 최근엔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삶의 질을 높일 문화사업으로 바둑 스포츠를 수입하기 위해 한국의 김명완 8단을 정부공식초청 바둑지도사로 초빙했다고 한다. ‘바둑의 세계화’를 이룰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둑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요(堯)순(舜) 임금이 어리석은 아들 단주와 상균을 깨우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전해져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두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실려 있고, 일본은 백제문화가 전파될 때 바둑도 함께 건너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내의 기보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1765년 영조 41년 민백흥이 지은 ‘기론’이다. 이것은 바둑을 초연수(한말 역사학자) 사마광 등의 역사상(易思想)으로 파악하려했던 것이 특징이다. 민백흥은 바둑을 일개 오락으로 보지 않고 주역의 한 방편으로 이해하려했다.
일본의 막부시대에 바둑은 국기로서 국가의 적극지원을 받으면서 르네상스를 맞게 되었고, 본인방 등의 명문 바둑가문이 생기면서 이들에 의해 룰이 정비되며 각종 이론, 포석과 정석 등이 생기게 되었다. 이때부터 스포츠게임으로서의 이론과 체계가 세워졌고, 20세기에 이르러 바둑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각국에서는 ‘바둑협회’가 생기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한국에 현대 바둑이 도입된 것은 해방후 일본에 바둑 유학을 다녀온 조남철 9단에 의해서인데, 바둑 보급에 일생을 바친 그의 선구적 노력으로 당시 한량들의 잡기 수준에 머물던 한국 바둑계가 오늘날 훌륭한 정신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바둑은 두 사람이 흑돌과 백돌을 사각의 판위에 번갈아놓으며 집을 많이 가지는 사람이 승리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자 마인드 스포츠의 일종이다. 규칙은 매우 단순하지만 깊은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금메달을 놓고 겨루기도 했으며 구글 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Alpago)’라는 인공지능이 2015년 10월 세계 최초로 인간 프로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2016년엔 세계 최고의 프로기사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겨루어 3승1패라는 기록을 남겼다. 인간기사가 AI(인공지능)와 대결하여 승리한 경우는 이세돌의 1승이 유일한 기록이다. 신공지능(인공지능에 빗댄 유행어)이라 불리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 9단은 모든 프로기사들의 넘사벽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 역사 이래 같은 바둑은 단 한판도 없으며 그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여 바둑 한판으로부터 생기는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은 마치 삶의 여정과 같아 인간의 인격 수양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바둑은 대국자의 인품과 도량,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훌륭한 정신스포츠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자리가 없듯, 바둑에서는 처음에 포석을 잘 두어야하고, 한수 한수 신중히 정석대로 두어 나가야하며, 상대방과의 험난한 전투를 통하여 승리를 쟁취하게 된다.
소탐대실, 작은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인생도 그렇지 아니한가? 타이젬, 바둑월드, 오로바둑 등,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과 인터넷으로 집에 앉아서 바둑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건강한 삶을 꿈꾸는 분들께 바둑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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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