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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는 이유는…

2022-08-1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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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북한의 또 한 차례 핵실험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아니 부추길 수도 있다’-.
꽤나 난리를 쳤다. 각종 전폭기에, 전함을 동원해 사실상 봉쇄작전을 펼친 것도 모자라 미사일도 쏴댔다. ‘핵심 이익’이라고 했나. 그 대만을 미 연방하원의장이 무단(?) 방문하자 대대적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또 다시 그런, 그러니까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사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레퍼토리의 대응은 별 효과가 없다. 그런데다가 오버액션을 하다가는 자칫 실제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정황에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 베이징으로서는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고 할까. 그 파장은 여간 큰 게 아니다. 미국과의 대치상황에서 중국입장에서는 미국과 역내 동맹국을 흔들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후과가 두려워 혹시 평양이 주저하면. 하게끔 밀어붙이고 시치미를 떼는 거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평양보다 베이징 당국에 달린 것으로 보는 게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과 함께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가 한 말이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북한의 자랑이 핵이다. 북의 그 핵주권이 미-중 대립상황을 맞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북한의 핵 개발은 주체사상의 발로인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다른 앵글에서 북한 핵 개발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1982년 덩샤오핑은 중국공산당 정치국원들과의 비밀회의를 통해 중국의 친구들의 핵무기 제조를 적극 돕도록 지시했다.” 평화굴기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최소한의 억지력을 보장하는 핵전력 보유’를 대외적으로 내걸었다. 겉으로는 평화의 미소를 지으며 뒤로는 불량국가들을 대상으로 핵 제조 기술을 확산시키는 더블플레이를 해왔다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시절 공군장관을 지낸 톰 리드가 2009년에 펴낸 저서 ‘핵 특급열차(The Nuclear Express)’를 인용해 이 잡지가 밝힌 내용으로 제 3세계의 핵 확산을 도운 이른바 ‘칸(Khan- 압둘 카디르 칸: 파키스탄 핵폭탄의 아버지)네트워크’도 베이징의 작품이라는 것.

덩샤오핑의 뜻을 받들어 핵무기 제조에 나서고 핵 확산에도 크게 일조를 한 것이 바로 북한이다. 중국의 핵탄두 설계도와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설계도와 부품, 심지어 원심분리기 완제품을 북한이 입수한 것도 이 ‘칸 네트워크’를 통해서이다.

중국의 이 같은 더블플레이는 마이클 폼페오 전 국무장관의 폭로에서도 드러난다. 겉으로는 북한비핵화를 주창하면서 사실에 있어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방해를 해왔다는 것이다.

중국은 왜 이면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적극 도왔나. 미국과 한국의 이간이 바로 그 노림이다.

북한은 마침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 이 정황에서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된다. 미국의 고민도 커진다. 서울이냐, LA냐. 어느 곳을 지켜야할지 망설이다가 미국은 결국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마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해왔다는 것이다.


그 전략은 통했나. 한반도 핵전쟁이라는 실제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확답은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니다’가 그 답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줄기 찬 친북행각에도 불구하고 70% 이상의 한국 국민은 한미동맹에 굳건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 국민의 절대 다수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시카고 카운슬) 2월 조사에 따르면 핵무기개발에 대한 찬성이 71%로 나타났다. 아산연구재단 6월 조사에서는 70.2%로 밝혀졌다.
왜 핵 무장에 한국여론은 그토록 적극적일까. 북한의 핵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그 한 대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지적되는 또 다른 이유다.

‘나토가 개입해오면 핵 공격을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행하면서 푸틴이 한 경고다. 그 핵 공갈 작전을 북한이, 시진핑의 중국이 눈여겨 들여다보고 있다. 또 그 공갈에 머뭇거리는 바이든 행정부도 주시하면서. 바로 그 같은 핵 위협과 함께 북한이, 중국이 도발해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중국의 말도 안 되는 사드(THAAD)시비다.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5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건 것도 모자라 사드와 관련해서는 계속 말을 바꾸며 노골적인 압박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하나. 초조감의 발로가 아닐까. 한국은 옛날의 한국이 아니다. 그 한국에서 반중정서는 날로 확산되고 있고 새로 들어선 윤석열정부는 중국에 대해 ‘노우’라는 발언을 두려워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베이징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실시된 시카고카운슬 조사에서 이미 과반이 넘는(55%) 한국국민은 북한의 위협(23%)보다는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을 말하나. 한국국민이 ‘가장 혐오하는 대상’은 일본이 아닌 공산당 통치의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다가 한국의 핵무장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에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게 국제여론이기도 하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이 그 뒤를 따르고 대만도 그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시진핑의 중국으로서는 악몽의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거다.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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