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뭄·흉작 운송 심장 라인강 메말라 물류도 차질

2022-08-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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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유역 수위 50㎝ 아래로…독 유니퍼 석탄공급 차질 빚어

▶ 발전소 2곳 생산량 축소 경고, BASF도 감산 가능성 배제못해

유럽 대륙을 짓누르는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으로 ‘서유럽 내륙 운송의 심장’인 라인강이 메마르면서 유럽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주요 유역의 수위가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물류난이 초래됐고 이는 인근 산업단지의 생산 차질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전 유럽이 가뭄의 영향권에 들어 유럽 곡물 생산량은 전년 비 8~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세가 일단락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기후발(發) 악재’가 더해져 인플레이션에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독일 수로해운청에 따르면 라인강 수위 측정 대표 지점인 독일 남서부 도시 카우브 유역의 수위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48㎝에 불과했다. 화물을 가득 채운 선박을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데 필요한 수위인 15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로해운청은 카우브 수위가 13일에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카우브는 사실상 운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뒤스부르크·쾰른 같은 주요 지점의 수위가 최근 10년간 6~8월 평균 대비 30~50%가량 낮아진 상태다. 8월 초 기준으로 유럽 땅의 46%에 가뭄 경보가 발령되는 등 극심한 더위와 메마름 속에 라인강의 저수위 기간이 평년 대비 2개월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스위스·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가로지르며 연간 2억 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라인강의 수위가 급감하며 기업들은 물류난과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독일 내륙항법협회(DTG)의 로베르토 스프란지 이사는 도이체벨레(DW)에 “선박의 적재 능력이 평소의 25~35%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물류회사 관계자도 “8월 초 바지선 운임이 하루 만에 30%나 올랐는데 이 정도로 빠르게 가격이 인상된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유니퍼는 라인강을 통한 석탄 공급 차질로 주요 석탄화력발전소 2곳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화학 기업 BASF도 감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인강이 서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유럽 경제, 특히 라인강과 가장 많이 맞닿은 독일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 내륙 수상 운송의 80%를 담당하는 라인강은 물류 부문의 경제적 가치만 8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독일 내 석탄·원유·천연가스 수송량의 약 30%를 책임질 정도로 공급망에서의 역할도 크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라인강이 마를 경우 인근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의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슈테판 슈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라인강 수위가 계속 낮아진다면 1.2%로 전망되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우브 유역 수위를 27㎝까지 떨어뜨린 2018년 10월의 가뭄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을 0.4%포인트나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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