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기고] 도산 동상 건립 21주년 홍명기 회장을 그리다

2022-08-10 (수) 이종운 미주도산기념사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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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8월11일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제막식 날, 가슴 벅찬 기쁨에 들떠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미 양국 정관계 인사 및 수잔 안 여사를 비롯한 도산 가족, 재미 한인 동포와 단체장 및 언론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1999년 초, 리버사이드 한인들은 리버사이드 시와 서울 강남구와의 자매결연을 논의하고 있었다. 강남 구에는 도산대로와 도산공원이 있고, 리버사이드 시는 20세기 초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고귀한 삶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은 두 도시를 잇는 상징이며 공통분모이기 때문이었다.

6월1일 이들은 ‘리버사이드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를 설립키로 하고, 홍명기 사장을 회장으로 선출한다. 그는 유학시절부터 도산 선생의 가족과 친밀하게 지냈다. 리버사이드 오렌지 농장의 노동자로 일하며 교육의 가치를 확고히 믿고, 동포들에게 정직, 성실,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애국애족의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한 도산 선생을 존경해 마지않았다.


그 해 8월10일 ‘리버사이드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의 출범과 함께 첫 사업으로 시립 박물관 내 ‘도산 안창호 선생 유품사진 전시회’를 개최키로 의결한다. 8월20일 홍 회장은 러브리지 시장을 면담하고 도산 동상 건립 의향서를 제출한다. 10월24일 국무총리를 역임한 강영훈 한국도산 기념 사업회 회장과 러브리지 시장, 김명배 총영사, 시의원 등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도산 유품 전시회 개막식을 가졌다. 11월16일 리버사이드 시의회는 도산 동상건립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동상 위치도 메인 스트리트와 유니버스티 길이 만나는 번화가 시민광장으로 선정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동상과는 불과 4백피트 밖에 되지 않은 가까운 거리다.

김명배 LA 총영사는 리버사이드 도산 동상 건립을 총영사관 2000년도 3대 업무목표 중 하나로 공식 발표하고 동상 건립의 중요성을 동포사회에 널리 알렸다. 도산 기념사업회는 동상 건립 예산을 70만 달러로 책정하고 많은 동포의 참여를 위해 1인 1달러 보내기 캠페인과 함께 마켓 및 교회 방문 모금 운동도 벌였다. 2001년 8월11일 드디어 역사적인 도산 동상 제막식의 팡파르가 울렸다.

필자는 동지 또는 존경하는 선배님으로 홍 회장과 30년 동안 넓게 깊게 교류하면서 항상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하나는 한인사회의 현안과 미래와 관련된 일이라면 한 번도 “노(No)”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다른 하나는 매사 긍정적이었다.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는 일이 없었다. 그저 그것이 올바르고 해야 할 일이라 판단하면 곧바로 추진하는 명쾌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2021년 8월18일 홍 회장은 로마린다 대학병원에서 타계하셨다. 향년 87세.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전 미주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해외 동포사회와 본국에도 큰 충격이었다. 2021년 9월13일 개최된 ‘고 홍명기 회장 한인단체 연합 추모식’에서 많은 단체장은 홍 회장의 이상과 업적을 재조명하면서 그가 미처 이루지 못한 뜻을 완성할 책임과 의무를 확인하고 다짐하였다.

오는 8월18일은 홍명기 회장님이 타계하신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앞당겨 8월14일 하오 7시에 로마린다 SDA 한인교회에서 추모식을 갖게 된다. 홍 회장님을 그리는 많은 분이 다시 모여 추모의 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종운 미주도산기념사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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