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두 개의 국가가 어쩌다 무력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아슬아슬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었을까? 타이완을 둘러싼 강대강 충돌의 가장 이상한 측면은 이런 결과를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타이완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였고, 지난 50년간 대단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졌다. 현재의 충돌을 불러온 낸시 펠로시(민. 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펠로시 의장 본인이 이미 몇 달 전에 대만 방문 의사를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물론 위험천만한 현 사태를 초래한 데에는 미국 측의 잘못도 있다. 이들은 거의 국내 정치 상황이 빚어낸 전술적 오류다. 21세기의 가장 막강한 두 주인공 사이의 실무 관계에 심각한 문제는 없다.
집권 초반,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연히 적대적이고도 비판적인 대 중국정책을 채택했다. 2021년 3월 양국 고위 관리들의 첫 대면에서 앤소니 블링컨 국방장관은 공격적인 수사를 구사했고, 왕이 외교부장관도 거칠게 응수했다.(블링컨의 발언이 TV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그의 거친 언사가 ‘국내용’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이런 포맷 탓에 베이징 역시 기존의 입장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더 완강한 태도를 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담당 수석 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바이든 외교팀을 이렇게 평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막상 미국이 직면한 최대 외교 과제, 즉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트럼프의 파괴적 접근법을 그대로 따라한다.”
베이더는 현 행정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은 “우리의 혁신적 정책을 상상력이 빈곤한 바이든 행정부가 충실히 실행한다”며 조소를 날린다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중국통 보좌관이었던 라이언 해스도 “긴장을 다스릴 양국 사이의 소통 채널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이 전술적인 하자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가능한데 비해 베이징의 실수는 훨씬 심각하고도 전략적인 성격을 띤다. 10여년간 이어진 시진핑 주석 치하에서 중국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이완 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앞서 중국인민공화국의 최고 지도자였던 덩 샤오핑은 지난 1979년 ‘일국양제’로 알려진 혁신적인 타이완 해법을 제시했다. “타이완은 결국 중국의 일부로 공식 편입되겠지만 자체적인 정치제도화 행정법, 심지어 군대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타이완은 그의 제의를 거부했으나 덩 샤오핑은 중국의 전략적 인내를 촉구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베이징에 반환하자 그는 자신이 제안한 타이완 해법을 홍콩에 적용해 일국양제 정책의 생명력을 과시했다. 덩 샤오핑은 영국과의 합의문과 (사실상의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도 일국양제 보장을 명문화했다.
수년 동안 베이징은 ‘일국양제’를 준수했고 타이완에도 같은 정책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기간에 중국과 타이완 사이의 교역과 관광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시 주석은 당시 타이완의 대통령 마 잉주와 만나 관계발전을 논의했다. 현재 상황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덩 샤오핑의 타이완 기본전략은 베이징이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포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한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중국에 편입되면 타이완은 비용을 거의 안 들이고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시진핑의 정책은 중국을 이전보다 폐쇄적이고, 역동성과 포용력이 떨어진 나라로 만들었다. 홍콩이 좋은 본보기에 해당한다. 베이징은 도시국가인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모조리 파기했다.
그 결과는 타이완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타이완의 독립을 옹호하는 대만인은 거의 없었다. 중국과의 재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대세였다. 최근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에 따르면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이 홍콩의 중국반환 연도인 1997년에 비해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 (타이완 주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현상유지를 희망한다.)
중국인과 구별되는 타이완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이전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대만인이 느끼는 정체성은 타이완이 민주국가라는 의식과 맞닿아있다. 시 주석이 타이완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괴롭힐수록 이같은 추세는 타이완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이다.
중국은 타이완과의 평화로운 통일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만약 그것이 진심이라면 베이징은 현재의 코스를 변경하고 덩 샤오핑의 일국양제 정책으로 선회해야한다. 먼저 홍콩에 보장해주었던 모든 자유를 다시 허용하고, 타이완에도 같은 약속을 해야 한다. 타이완에 걸어놓은 경제제재를 풀고, 위험한 무력시위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궁극적인 통일은커녕 중국과의 협력조차 거부하도록 대만인들을 몰아가는 최대요인은 다름 아닌 시 주석의 정책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중국은 핵심적인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베이징은 이제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이완은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갈 것이고, 베이징은 전략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도전은 세계를 끔찍한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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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