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오고 말 것인가-.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폭기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400회 이상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했다.’ ‘중국은 지난달에는 대만해협 전 해역에 대한 영해권을 주장하는 전례 없는 조치에 들어갔다. 그 다음 조치는 남중국해 전역을 중국의 ADIZ로 선포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18개월 내에 외국선박 대만해협봉쇄를 포함한 군사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이 뉴스들이 그렇다. 대만해협의 파고가 날로 높아가면서 자칫 거대한 해일로 변해 주변을 덮칠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까.
그 와중에 이루어진 것이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다.
‘펠로시는 대만을 방문하고 떠났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됐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쟁은 오고 말 것인가’하는 질문이 새삼 질문이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침공으로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는 전 세계적 대파국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구실로 중국이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실사격 훈련에 돌입,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대적 무력시위를 펼친 타이밍에 데일리 메일지가 던진 경고다.
대만전쟁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전 세계적인 불황을 가져오고 그 가장 큰 피해는 대불황의 진앙지인 중국이 입게 된다는 것이다.
대만으로부터 반도체 수입이 끊길 경우 중국의 경제적 피해는 수조달러에 이른다. 거기에다가 서방의 경제제재가 가해지면 이는 중국경제의 몰락을 불러오고 자칫 공산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 사실을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다가 대만침공이 반드시 성공하란 법이 없다. 때문에 시진핑은 쉽사리 침공명령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게 데일리 메일의 결론이다.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 대만수복에 나설 것인가’- 사실 오래된 질문이다. 한동안 그 답은 네거티브였다. 최근 들어서는 ‘아마도’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 가장 주된 요인은 군사적 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 중국의 국방예산은 대만의 2배 정도에 불과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그 차이는 20배 이상 늘어나면서 힘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의 직접적인 대만침공 가능성을 대다수 전문가들은 낮게 보아왔다.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할 때 전쟁을 통해 치러야할 대가가 불만스럽지만 현상(status quo)유지 상황 때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려지는 결론은 전쟁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고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2020년대 말까지 중국은 대만문제에 ‘그레이존(gray-zone)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만의 한 싱크탱크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만침공에 최소한 수십만의 병력에, 3000만 톤 이상의 전쟁물자, 500만여 톤의 유류가 소요되는 데 이를 수송할 공중, 해상 수단을 중국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전반적으로 병참시스템도 미비 상태다. 때문에 직접적인 침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거다.
‘펠로시 의장 방문을 전후로 펼쳐졌던 미국과 중국 간의 무력과시가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다.’ 대만 발로 전해지는 이 같은 뉴스들도 전쟁에 대한 우려를 다소간 덜고 있다.
중국은 해군, 공군력을 총동원하다 시피 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력화하는 실사격훈련에 나섰지만 항행구역금지지역을 하루 만에 해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전단을 대만인근해역에 급파하는 한편 수 주 내 미 군용기, 전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자유항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나 예정됐던 ICBM 시험발사를 연기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움직임을 열거하면서 현재의 대만해협의 위기가 당장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았다.
그 전망은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이번 작전을 통해 중국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대만상공을 넘는 미사일 발사 금지,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자제 등 중국과 대만 간의 그동안 불문율을 모두 깼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뉴노멀을 노멀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대만을 고립화시키고 결국 굴복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장 직접적으로 침공하는 대신 일종의 개구리 삶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곧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끓이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죽는다는 이야기다.
연간 1400회가 넘는 끊임없는 방공식별구역 침범, 거기다가 그 도발 수위가 한 층 높아진 정례적 군사 훈련을 통해 비정상을 정상인 것처럼 만드는 거다. 그러면서 서서히 대만 옥죄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면침공의 가능성은 그러면 없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할 브랜즈가 그 같은 전문가의 하나로 중국은 ‘피크 파워 신드롬’(국력 상승을 보이던 파워가 급속한 쇠퇴기를 맞으면 조급하고 공격적으로 변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중국의 도발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나 저나, 동아시아 상공에는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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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