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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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哥)왕과 철면가(假)왕

2022-07-30 (토)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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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중에 복면가왕이 있다. 노래하는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서 노래를 하는데 평가하는 사람은 노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추측은 할 수 있지만 확신할 수 없다. 얼굴을 안다면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텐데 목소리로만 평가해야 하기에 그 평가는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사람의 진짜 얼굴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실제로 그 얼굴을 보았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평가할 때 겉모습만 보고 평가를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만 보면 그 사람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운동하는 것을 보고서 그 사람은 공부를 잘할 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한다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공정하고 진실된 것인가?

우리는 모든 사람을 다 모른다. 설마 그 사람이 그렇게 노래를 잘할 것인가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가면을 마지막 결승에서 벗어보니 모두를 놀라게 한다. 정말 그 사람이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던가? 노래의 왕, 가왕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복면가왕들이 있다. 가볍게 보았던 사람이 무겁게 나타나고, 약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강하게 드러날 때 우리는 깜짝 놀란다. 이런 복면가왕들이 행복하고 기쁜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들인 것이다. 그 복면가왕이 내가 된다면 나는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대하여 얼마나 알고 또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만일 복면가왕이 아니라 철면가假)왕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얼굴이 철같이 두꺼운 가짜, 거짓의 왕이라면 어떻게 사람 앞에 나설 것인가?

우리에게 들려오는 소식, 뉴스의 거의 대부분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들이다. 살인, 강도, 폭행, 희롱, 횡령, 부정, 거짓, 사기, 배임, 음모 등 여러 가지들이다. 어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늘 그런 일들을 행한 사람들을 향해 제 3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한다. “참 나쁜 사람이야! 참 거짓말쟁이야!”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는 자기 자신의 가슴 저 한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머리를 들면서 자기를 향해 거칠게 항변을 한다. “그러는 너 자신은 진실한가?” 이런 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 또 한쪽 가슴 반대편 구석에서 반격의 소리를 지른다. “너는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히 너 다운 거야! 잘하고 있어!”

이 두 소리를 날마다 들으며 내 안에서 복면가왕과 철면가왕이 서로 힘을 겨루고 있다. 때로는 팽팽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여유롭게 복면가왕이 한편으로는 승리하고 한편으로는 패배하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복면가왕과 철면가왕의 두 얼굴을 가졌던 왕이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던 시골 소년이 적군의 장군을 쓰러뜨려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여 복면가왕의 진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복면가왕의 진모습은 어디 가고 내면속에 감추어진 욕망과 쾌락의 화살이 착한 양심을 누르고 자기 신하의 부인을 소유하는 가짜왕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다윗은 인류역사 이래 최고의 참회의 기도를 드렸다.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5,10)
우리는 복면가왕이 되어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기쁘고 즐겁게 해야 한다. 하지만 철면가왕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복면가왕은 되지 못한다하더라도 철면가왕이 되는 것은 삶의 가치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복면가왕인가? 철면가왕인가?

<김범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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