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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중간 점검

2022-07-2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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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의 승자는 어느 편인가’-.

2022년 2월 24일.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한 날이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새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모스크바는 이미 정치적으로 패배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중국전문가 프란체스코 시시가 내린 판정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원산책 정도로 생각했다. 젤렌스키 정권은 한 주도 안 돼 무너지고 유럽연합(EU)은 쪼개지고 미국과 유럽은 정치적으로 멀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이 목표들은 그러나 하나도 실현되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두 달간 투입한 병력의 25%를 손실하는 타격을 입었다. 동부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포위, 섬멸하려던 작전도 실패했다.

그 뿐이 아니다. 푸틴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전통적 중립국인 스웨덴, 핀란드까지 가입, 나토가 진정한 의미의 서방동맹군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크게 일조를 했다. 이에 따라 내린 판정이다.

침공 6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 러시아는 1차 세계대전 때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대대적 포격을 가해 목표물을 초토화시킨다. 그리고는 전차부대와 보병을 전진시킨다. 두 번째 목표물도 이런 식으로 공격, 조금씩, 조금씩 전진한다.

이 전술이 그렇다. 차량 등 군사장비와 병력의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군 전사자만 최소 1만5,000에, 부상자수는 전사자의 3~4배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막대한 손실을 별로 개의치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이 같은 전술을 계속 고집하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이 보기에 러시아의 군사자산은 고갈되어가고 있다. 침공초기 러시아군 기갑부대의 주력은 최신형 T-90 탱크였다. 그 T-90 탱크는 볼 수가 없다. 대신 할아버지 격인 T-62 탱크가 러시아기갑부대의 주력이다. 전선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말이 러시아군이지 오세티아, 체첸 등 소수계 출신으로 거의 다 충당돼있다. 순수 러시아계는 없다 시피하다.


‘양측 교전국 중 전쟁 목표가 분명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확고하게 형성된 쪽이 승리 가능성이 높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밝힌 전쟁승리 철칙의 하나다.

푸틴은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그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다가 내세운 침공이유가 우크라이나의 ‘탈 나치화’다. 나토의 확장을 사전 저지해야한다고도 했다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보호를 구실로 내세웠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피터대제와 비교하는가 하면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횡설수설, 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였는지 전쟁 목표가 분명치 않다.

우크라이나는 스스로의 생존은 물론, 국가의 정체성을 입증하기 위해 싸운다. 전쟁 목표가 분명하고 이에 대해 절대 다수 우크라이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89%는 평화의 대가로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양보하는 안을 배격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는 밝히고 있다.

여기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져 본다. 이 전쟁의 승자는 어느 편이 될 것인가. 답은 자명해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러시아가 패배자라는 쪽으로. 그러나 현실에서의 답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두 개의 전선으로 형성돼 있다. 그 최전선은 우크라이나다. 또 다른 전선은 워싱턴이고, 런던이고 파리이고, 베를린이기도 하다.’- 프란체스코 시시의 지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서방은 그 어느 때보다 의연히 대처,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그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고 있다. 고인플레에, 고유가, 식량난 등 부대 상황이 엄습하면서.

러시아가 막대한 병력 손실을 개의치 않고 1차 세계대전 식 전술을 고집하는 것도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루불화 결제거부를 구실로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를 끊는 등 보다 공격적인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구사할 때 유럽은 머지않아 굴복할 것이란 나름의 계산에서다.

그 ‘머지않은 시한’을 모스크바는 겨울이 오기 전인 9월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고 버티기 식 총공세를 펼치는 거다. 돈바스 지역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20%(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 제외)를 차지하고 휴전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반푸틴’ 대열의 앞장을 섰던 영국의 보리스 존슨이 ‘파티 게이트’로 사임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비판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의 보도다.

다른 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능력과 의지로만 결말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과 미국의 의지다.

고인플레에, 에너지대란, 만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증세, 이로 인해 워싱턴이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뗄 때 어떤 상황이 올까. 우크라이나와 정반대지역인 동북아지역에서 제2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그 0순위는 대만이고, 한국도 그 현장이 될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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