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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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풍경

2022-07-21 (목)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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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풍경을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찍었을 때와 화가가 그림으로 그렸을 때, 작가가 글로 썼을 땐 각각 어떤 모습일까?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천혜의 항구도시라는 점과 전세계 사람들이 몰려오는 세계적 관광지라는 것,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빼곡히 들어선 높은 빌딩들과 금문교라는 유명한 다리가 있는 곳, 심한 언덕길과 내리막길이 유난히 많으며 길 양옆으로는 성냥갑을 모로 세워놓은 것처럼 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게이들의 천국이 샌프란시스코다.

미국의 대도시 가운데 아파트 렌트비가 비싸기로는 뉴욕이 으뜸이지만 샌프란시스코도 못지않다. 비교적 깨끗한 빌딩의 경우는 2 베드룸이 5천 달러가 넘고, 도심의 호텔에서는 숙박비 외에 주차비를 따로 요구하는데, 하룻밤에 50달러정도를 추가로 내야한다. 스트릿 주차비가 비싼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주차할 공간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하는 우버(UBER)라는 회사가 생겨난 곳도 샌프란시스코다.


조금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모습들이 넘쳐난다. 대표적 관광지인 피어39, 금문교 등엔 일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민낯도 보인다.

어느 주말 오후, 엠바카데로 스트릿에서는 스물대여섯 명 정도의 누드클럽 회원들이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도 있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성별이나 나이의 구분도 없이 섞여있어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관광객들이나 시민들은 처음 본 풍경이 아니란 듯 무심히 가던 길을 가는데 나만 얼굴이 붉어졌다. 또 어느 날은 캐스트로 스트릿을 지나가는데, 훤칠한 키에 잘생긴 백인 청년이 머리엔 멋진 중절모를 쓰고 애견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완전 나체에다 중요부위에 만국기 크기만 한 헝겊 한 장을 가는 실에 매단 채 걸어가고 있었다. LA에서 20년을 살다가 왔지만 보지 못한 풍경이다.

또 다른 풍경은 높은 빌딩숲 사이 골목길을 너도나도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개를 키우지 않으면 샌프란시스코에 살 자격이 없는 것처럼 모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치와와처럼 작고 귀여운 개도 있지만, 불독처럼 생긴 크고 사나워 보이는 놈도 많다. 늙은이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 동양사람 서양사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개를 데리고 길거리를 걷고 있다. 개가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인들에게도 개 없이는 살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일까?

그 외에도 가로수 모습을 빼놓을 수가 없다. 사람 키 두세 배 정도만 자라면 윗둥을 싹뚝 잘라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한다. 나무도 숨을 쉬어야하고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야하는데 인간의 이기심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매년 봄에 새순이 돋아나 가지를 뻗으려고 하면 사정없이 잘라버려 그 뭉뚝한 모습은 마치 나환자의 손 같아 슬픈 모습으로 서있다.

아시아의 네팔에서 온 프락리티(Prakriti)라는 젊은 여성은 조그만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온 가족과 함께 산다. 그녀는 생활이 어려워 낮에는 힘들게 일하면서도 밤에는 내일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학교(College)에 다녔다. 내가 만난 날은 졸업식에 간다면서 사각모를 쓰고 활짝 웃고 있었다. 지금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우리도 이민 초기에는 프락리티와 다르지 않았다. 이민의 나라 미국, 어디를 가나 젊은 연인들로 거리는 넘쳐나고, 저 높은 빌딩들 속에는 세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이 있어서 샌프란시스코는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제이슨 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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