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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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건설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2022-07-18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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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잠룡으로 통하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얼마 전 필자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아마도 필자를 비롯해 수천 명에게 동시에 띄운 메일일 것이다.

그의 메일은 “지금 미국은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로 시작된다. 필자는 그가 치솟는 물가와 고공행진중인 개스 값, 침체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을 중심으로 공세를 펼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이메일 어디에도 민생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문제의 메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나라를 전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망가뜨리려는 적이 어둠속에서 떠올라 우리를 겁박하고 있다”는 경고로 채워졌다. 아마 이 정도면 그가 말하는 적의 정체를 짐작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그가 지목한 적은 “급진적이고 사회적으로 의식화된 자경 집단” 즉 민주당이다.

드산티스의 움직임은 공화당 지지기반의 비위를 맞추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후보지명을 가능케 만든 이슈들을 선점해 재출마를 꿈꾸는 전 대통령을 측면에서 포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공화당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뉴햄프셔 여론조사는 차기 대권 주자로 드산티스가 트럼프와 거의 대등한 지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플로리다 주지사가 대선풍향계로 일컬어지는 뉴햄프셔주에서 전임 대통령을 따라잡았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드산티스의 움직임은 민주당 내부의 심각한 취약점을 간파한 공화당의 선거전략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포괄적 여론조사 역시 이같은 견해를 확인해준다. 여론조사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데이빗 레온하트는 “민주당의 좌익성향 의원들과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처럼 대다수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민생관련 이슈보다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문화적 쟁점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아직도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 앞서고 있으나 이 같은 역학구도는 트럼프가 나오지 않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이 상당부분 좌측으로 이동했고, 숱한 문화적 이슈에 대해 대중과 분리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제 민주당은 기존의 노선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같은 교정을 확실하고, 강압적이며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공화당은 몇 안 되는 민주당 좌파의 말을 무기화하고 그들을 민주당의 공식 얼굴로 낙인찍는다. 예를 들어보자. ‘경찰예산 축소’를 지지한 민주당 중견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로 바이든은 경찰예산 증액을 제안했으나 공화당은 입버릇처럼 민주당이 경찰예산을 축소하려든다고 비난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공세에 반격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공화당 우세 주에서 통과된 극단적인 낙태법을 조명하고, 그것을 공화당과 연결시켜야한다. 예컨대 오클라호마는 이제 낙태를 금지한다. 일단 임신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낙태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미시시피주의 경우 불법 낙태수술을 시술한 의사는 최고 10년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민주당의 또 다른 취약점은 업무수행 역량이다. 민주당은 권력을 잡았을 때조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공개적인 다툼이 잦다. 공화당 기구들의 상당수가 트럼프를 경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의 아젠다를 법제화하고 물샐 틈 없이 뒤를 받쳐주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반면 민주당은 코비드-19 구제안과 기반시설구축안 등 그들이 통과시킨 두 개의 중요 법안을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시키지 못했고, 세 번째 중요 법안인 ‘더 나은 재건계획’을 놓고 수개월 동안 입씨름을 벌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두 개의 법안에 포함돼 예산배정까지 받은 공공사업을 매주 한 건씩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부터인지 미국, 특히 민주당 강세지역인 블루 스테이트에서 무엇인가 건설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2009년 또 하나의 중요 기반시설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곧 착수 가능한 공공 프로젝트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뉴욕타임스의 컬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이 지적하듯 숱한 인·허가, 사업계획 재검토와 지연이 정상적인 승인과정의 일부가 되어버렸고, 이것이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거나 아예 망쳐놓는다. 민주당은 그들 자신과 이익단체들의 아이디어로 인해 마비됐고, 실제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도 없는 듯 보인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뉴욕의 경우를 살펴보자. 2,200억 달러에 달하는 뉴욕주의 예산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플로리다주의 주민 수는 뉴욕주에 비해 200만 명가량 많지만 지출은 절반에 불과하다. 뉴욕시의 예산은 1,000억 달러로 일리노이주 전체 예산의 두 배가 넘지만 인구는 일리노이에 비해 오히려 50%가 적다. 뉴욕은 조세부담이 가장 높은 주다. 세율 역시 고율의 누진세다. 뉴욕시 최상위 1%에 속한 고수입자가 전체 세수의 40% 이상을 담당한다. 그럼에도 뉴욕의 기반시설과 서비스는 구차스럽다.

이건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민주당은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제반 시설을 건설하며, 정부가 일반 대중을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다수의 미국인에게 정당명보다는 제대로 일을 하는 정당이냐 아니냐가 훨씬 중요하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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