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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미 민주당 의석수 삼키나

2022-07-15 (금) 손병권 중앙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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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물가상승에 따른 경제침체를 극복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5월2일부터 22일 사이에 실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로 나타나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과 같고, 1982년 중간선거를 앞두었던 제1기 행정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지지율인 42%보다 약간 낮았다. 당시 양대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와 레이건의 공화당은 각각 하원의석 40석과 26석을 잃었다. 또한 1974년 이래 지금의 바이든 대통령보다 중간선거 당시 지지율이 더 낮았던 유일한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의 악재 속에 헤맸던 2006년 제2기 행정부 당시의 부시(38%)였다. 같은 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30석을 잃었다.

알려져 있듯이 미국경제는 지난 수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 미중갈등으로 공급망 재편문제, 끝이 안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곡물가격 등이 폭등하면서 침체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게 남아있는 선택은 지금으로서는 의석 상실의 데미지 콘트롤 정도뿐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비관적 상황에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Roe) 사건 판결 이래 헌법이 보장한 것으로 해석되었던 여성의 낙태권을 부정하는 새로운 판결이 등장하면서 낙태권을 옹호하는 민주당이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은 아닐까 하는 소망적 관측도 있다. 지난 6월24일 돕스(Dobbs)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보수성향의 판사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은 결코 헌법이 보장한 권리가 아니며, 낙태허용 여부는 각 주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판시하여 헌법적 권리로서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판결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이에 분노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연방대법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길거리로 몰려나오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투표참여도가 높아지리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호재를 잡았다는 주장은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근거가 있어 보인다. 돕스 사건 판결 이후 6월27일에서 7월4일에 걸쳐 실시된 퓨리서치센터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불인정 판결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응답자 비율(57%)이 찬성의사를 표명한 응답자 비율(41%)보다 1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응답자의 70%가 찬성의사를, 29%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찬성과 반대의 비율은 각각 17%와 82%임), 흥미로운 것은 보수적 성향을 띨 것으로 기대되는 응답자 집단에서도 여전히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는 응답비율이 다수라는 점이다. 즉 백인의 경우 반대 55%에 찬성 44%, 65세 이상 연령집단의 경우 반대 50%에 찬성 48%, 고졸이하 학력 응답자의 경우 반대 50%에 찬성 48%로 나타나, 대략 공화당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백인, 노인층, 저학력 응답자들 가운데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다수의 반대 양상이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낙태권을 부정한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은 중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유권자들이 낙태보다는 경제문제를 훨씬 더 초미의 관심사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23일에서 27일에 걸쳐 AP통신과 시카고 대학교의 전국여론조사센터(NORC) 내 공공조사센터가 합동으로 발표한 바 ‘향후 1년간 미국정부가 다루어야 할 5대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응답내용을 보면, 주요문제라고 지적된 최상위는 인플레(40%), 유가 및 에너지 비용(33%), 총기문제(30%), 이민문제(24%) 등이 차지하고 있다. 낙태는 지난 2년에 비해 응답률이 매우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16%로 최하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대법원의 이번 낙태권 불인정 판결은 격앙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동원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심한 인플레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부 동원의 증대가 민주당이 입을 의석 손실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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