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솟는 임대료 부담에 첫 주택 구입자 고통 커
▶ 매물 증가하지만 균형점 찾으려면 시간 걸릴 것
모기지 이자율이 2주 연속 하락했지만 한풀 꺾인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집이 팔리는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조정을 앞두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
모기지 이자율 급등세는 멈췄지만 한풀 꺾인 바이어의 자신감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이미 조정기에 진입했거나 조정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주택 시장 조정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와 조정폭이다. 조정기가 너무 길어지면 주택 시장이 자칫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주택 시장 관계자의 관심은‘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인상 추이에 쏠려 있다.
◇ 꺾인 수요 살아나기 힘들 것
모기지 이자율 급등세가 멈췄다.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 맥은 7월 첫째 주 30년 고정 이자율이 5.3%(전국 평균)로 2주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 시장이 받은 충격파는 당분간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모기지 이자율은 최근 3주 기준 0.72% 포인트 올랐고 올 초 대비로는 2.5% 포인트나 급등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주택 구입자의 자신감과 구입 능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이자율이 6%에 근접하자 재융자 신청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주택 구입 목적의 모기지 대출 신청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는 늘지 않고 있으며 작년 대비로는 24%나 감소했다. 재융자 시장의 경우 재융자 신청이 전년 대비 80%나 감소하면서 꽁꽁 얼어붙는 모습이다.
◇ 이자율 6% 넘으면 ‘베어마켓’ 불가피
부동산 투자 업체 네스트 시커스 인터내셔널의 에린 사이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금리 인상으로 치솟은 주택 구입 비용이 조만간에 하락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택 시장이 받을 고통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이크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모기지와 재융자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시중 대출 은행이 급히 이자율 인하에 나섰지만 꺼진 수요를 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자율이 6%를 상회할 경우 주택 시장은 ‘베어마켓’(하락장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첫 주택 구입자 고통 가장 커 현재 가장 극심한 고통은 첫 주택 구입자와 주택 세입자들이 받고 있다. 주택 가격 급등으로 주택 시장에서 밀려난 첫 주택 구입자는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5월 전국 중간 임대료는 2,00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내 집 마련에 나설 수도 없는 실정이다.
집값과 이자율이 오른 것은 물론 첫 주택 구입용 저가 매물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과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임대 수요가 급등하자 임대료를 인상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다운페이먼트 마련이 쉽지 않은 첫 주택 구입자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 부족한 매물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
한 가지 희소식은 바닥을 드러냈던 주택 매물이 최근 서서히 다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6월 중 시장에 나온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19%나 증가했는데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각종 악재 속에 나온 희소식이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첫 주택 구입자가 찾는 저가대 매물이 충분히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심각한 매물 부족으로 그동안 큰 집 이사를 의미하는 ‘트레이드 업’(Trade Up) 구입에 나서지 못했던 주택 보유자들이 보유 주택을 처분할 경우 첫 주택 구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 시장에서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트레이드 업 구매가 이뤄져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시장 진입이 원활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인해 주택 시장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해 나타난 과열 경쟁으로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을 발생시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 공급이 늘고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면 주택 시장이 다시 균형 상태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주택 시장 조정 임박
경제 연구 기관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앞에 다가온 주택 시장 조정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조정이 임박한 이유로 모기지 이자율 급등에 따른 주택 구매 능력 저하를 지목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시중 모기지 이자율이 이미 6%대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이 1년 전에 비해 수천 달러씩 늘어났다”라며 “이자율이 6%대에 머무를 경우 주택 시장 조정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며 이자율이 더 오를 경우 주택 수요 감소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라고 전망했다.
제롬 파웰 Fed 의장 역시 주택 시장 조정기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 파웰 의장은 지난 6월 14일 첫 주택 구입자와 밀레니엄 세대 구입자들에게 지금은 “주택에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주택 구입에 나서려면 예산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이자율 상승으로 구입 비용이 오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은 이자율 변동에 매우 민감한 부문”이라며 “Fed의 금리 인상 영향이 주택 시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관 투자성 구입 유입으로 집값 급락은 없을 것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 조정이 임박했지만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투자 기관에 의한 대규모 주택 구입이 주택 가격 급락을 막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부터 부동산 투자 기관에 의한 주택 구입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 기관이 구입한 주택은 임대 주택으로 전환돼 임대 매물로 공급되는데 최근 임대 수요가 치솟으면서 투자 기관에 의한 구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블랙스톤과 브룩필드와 같은 투자 기관이 임대 주택 사업으로 마련된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최근 공격적인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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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