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 감소세와 맞물린 현상
▶ 성경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 불가피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준 최 객원기자]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숫자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 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 중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기록한 경전’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0%로 2017년 실시된 직전 조사 때의 24%보다 더 떨어졌다.
‘성경은 오류가 없는 하나님 말씀’을 뜻하는 ‘성경적 문자주의’를 가진 미국인의 비율은 80년대 초중반 지금의 두 배로 가장 높았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번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반대로 성경은 인간이 우화, 전설, 역사, 도덕적 수칙 등을 모아 적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율은 29%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은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미국인(49%)은 ‘성경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인간이 기록한 책으로 전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중간적인 견해를 보였다.
갤럽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의 비율이 감소 추세인 것은 미국 내 종교인 감소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갤럽은 최근 여러 조사에서 교인 숫자, 예배 출석률, 종교의 중요성, 하나님에 대한 믿음 등이 전반적인 감소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인 비율은 2002년 60%로 가장 높았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조사에서는 44%로 가장 낮은 비율로 떨어졌다. ‘성경은 하나님의 실제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비율 역시 같은 기간 종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인과 비슷한 트렌드를 밟으며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기독교인만 분류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전체 기독교인 중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한다’는 기독교인 25%인 반면 58%의 기독교인은 ‘성경은 인간이 기록한 것으로 전부 다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라고 반응했다. ‘성경의 고대 우화를 모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도 16%에 달했다. ‘성경은 하나님 말씀’이라는 생각은 개신교인 중 30%로 가톨릭 신자(15%)보다 많았다.
갤럽은 “사회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 기준의 근거로 성경이 종종 인용됐기 때문에 미국인의 성경 해석 방식이 중요한 이슈였다”라며 “그러나 성경에 대한 미국인의 관점이 변하면서 성경의 사회적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갤럽의 이번 설문 조사는 5월 2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방식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