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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저리를 내는 이유는…

2022-07-11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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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선택한다면 미래 기회로부터 단절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싱하이밍 한국주재 중국대사의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초청을 받아 마드리드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귀국했다. 중국을 위협적 존재로 명시한 그 회의에 참석한 외교행보가 베이징의 심기를 거슬렸는지 계속된 까탈도 모자라 ‘중국 통한 수출 호황시대는 끝나간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꼬투리삼아 일개 대사가 주재국 정부에 직접 협박성 경고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비판은 국내 일각에서도 그치지 않고 있다. ‘신 냉전으로의 회귀가 우려 된다’, ‘러시아를 넘어 중국까지 겨냥한 나토회의에 참가한 것은 자충수다’ 등등. 심지어 한국과 거리가 먼 나토 회의에 갈 필요가 있었느냐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요컨대 왜 쓸데없이 유럽 안보문제에 끼어들어 화만 자초하느냐는 힐문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정교한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기보다는 굴종적 자세로 베이징의 위하에 화답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외교적 공세를 정당화하는 구실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할까.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있다. 퓨 리서치 센터가 세계 주요 19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응답자의 68%가 중국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세계의 주요 국가 국민들의 대다수가 중국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 중 가장 반중정서가 심한 나라는 일본이다. 87%가 중국은 싫다는 반응이다. 그 다음은 86%의 호주, 3위는 스웨덴(83%)으로 나타났다. 4위는 미국(82%), 5위는 한국으로 밝혀졌다.

한국인의 80%가 중국이라면 진저리를 내고 있고 젊은 세대일수록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반중감정은 20년 전인 2002년에는 31%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7년 사드사태 이후 61%로 치솟은 후 계속 고공행진 끝에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왜 중국을 싫어하나. 인권문제, 중국의 군사적 부상 등이 그 이유로 지목됐다. 주목할 사실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특히 높은 나라들의 경우 ‘자국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여’가 그 가장 주된 이유로 지적된 사실이다.

이 수치는 한국의 경우 54%로 가장 높았다. 호주의 경우도 52%를 차지했다. 미국인의 47%도 같은 이유로 중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사회에 팽배한 반중정서. 이를 어떻게 보아야하나.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시민사회 소요, 그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정치적 자존감(dignity)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일찍이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dignity란 국가가 한 개인에게 마땅히 해주어야 할 일보다는 해서는 안 될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국가나 지도자가 국민을 속인다. 그러니까 국민을 개, 돼지로 보면서 마구 무시하고 때로는 고문도 예사다.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코 시민으로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시민사회 소요는 근본적으로 그 자존감 지키기, 다른 말로 하면 신복(臣僕)이 아닌 시민으로서의 권리요구 운동 확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이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 대입하면 주권존중의 문제가 아닐까.

말로는 모든 나라의 주권은 신성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행동은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공산당 집권의 중국이 보여 온 행태다.

경제력을 지렛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남의 나라 주권은 안중에 없다. 이른바 ‘샤프 파워’전략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구사한다. 그러면서 안보 공백을 파고든다.

한 나라 국민의 자존감을 마구 짓밟는 베이징의 통일전선 외교노선. 이에 대한 진저리가 반중정서 확산으로 드러나고 있고 결국 나토는 정상회담을 통해 위협적 존재로 명시한 것이다.

그 중국이 무서워서인가, 아니면 586 주사파의 태생적 DNA 때문인가. 문재인 정권은 중국몽을 외치며 시진핑의 중국에 5년 동안 지극한 사대(事大)의 예를 다했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미국으로부터는 ‘신뢰를, 중국으로 부터는 ’존중‘을 잃었을 뿐이다. 그 절정은 2017년 12월 문재인의 3박4일 중국방문 기간 중 내내 한 ’혼밥’으로 한국외교사의 치욕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처럼 대놓고 홀대를 하면서 한국의 주권까지 무시하는 베이징에 내내 머리를 조아리며 항의 한 번 못했다. 그게 문재인 외교인 것이다. 그 반작용이 한국사회에서 날로 팽배해가고 있는 반중정서가 아닐까.

‘중국 통한 수출 호황시대는 끝나간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시대를 했던 차이메리카시대는 끝났다. 한국은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조립해 수출하는 수직 분업시대도 끝난 상황에서 틀리지 않은 판단 같다.

‘교역에 우선하는 것이 주권이다’-. 팬데믹에서 가치 냉전시대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새로운 트렌드다. 민주적 가치관을 보전하고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와 경제적 결별을 하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적극적 동맹외교를 통해 중국을 벗어나 유럽으로, 또 세계로 나아가는 방향설정은 옳다.

이제는 ‘탈중국화’계획 수립과 함께 중국에 할 말을 하는 가치기반 외교를 펼칠 때가 됐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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