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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돼야 할 역도 도널드 트럼프

2022-07-05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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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가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의 당선을 점친 사람은 없었다. 총 유효표에서 힐러리에게 300만표를 지고도 미시건과 펜실베니아, 위스컨신에서 겨우 이겨 이들 주 선거인단을 독식해 대통령에 당선되자 가장 놀란 사람 중의 하나가 트럼프였다.

트럼프라는 인간의 일생은 사기와 협잡, 거짓말로 점철돼 있다. 그는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들인 후 파산을 해 부채를 없애는 방법으로 은행과 거래처, 투자가들의 등을 쳐 돈을 벌었다. 지난 70여년간 그와 관련된 소송이 4,000여건에 파산 신청만 6번이라는 기록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말해준다.

그가 미국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힐러리에 대한 증오, 세계화와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고 앞날이 보이지 않는 중하류층의 울분, 세속적인 동부와 서부의 엘리트에 염증을 느낀 기독교도들의 기대 등이 합쳐져 어릿광대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는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트럼프라도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줄 생각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4년은 사람, 특히 70 먹은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줬다. 하루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날조된 주장이 쏟아져 나왔고 특별 검사의 수사 결과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2016년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으로서 인종차별주의자를 옹호하는가 하면 회교 국가 시민들의 입국을 막았고 밀입국자 부모와 아이들을 갈라 이산 가족을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그 위험을 과소 평가하고 소독약을 투입해 코로나를 치유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바이든의 비리를 조사하는 조건으로 의회가 승인한 군수품을 주겠다고 회유했다가 연방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했고 2020년 대선 패배가 확정된 후에도 연방 의사당 앞에 모인 폭도들을 선동했다 다시 한 번 탄핵 당했다. 두 번 다 연방 상원 2/3 찬성이라는 유죄 평결 요건에 미달해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미 역사상 대통령이 두 번 탄핵 당한 것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트럼프가 저지른 가장 질이 나쁘고 중대한 범죄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앞 폭도들을 선동해 헌법이 마련한 평화적 정권 교체 작업을 방해한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자신은 폭도들의 지도자가 아니며 이들을 옹호한 발언을 한 것은 지지자들에 대한 립 서비스였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그의 주장은 연방 의회 ‘1월 6일 진상 규명위원회’ 활동이 계속되면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 위원회에 나온 인물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지난 주 출석한 캐시디 허친슨이다. 백악관에 인턴으로 들어가 마크 메도우스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으로 일한 26살난 이 여성은 2021년 1월 6일 폭도들이 의사당에 난입할 때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증언했다.

그날 분노한 트럼프가 집어던진 케첩을 치우고 있던 캐시디는 경호원으로부터 어떻게 트럼프가 리무진 운전사를 밀치고 자신이 직접 차를 몰아 의사당으로 가려했는지에 대해 들었다고 밝혔다. 캐시디에 따르면 트럼프는 폭도가 무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들의 행동을 승인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부통령인 펜스가 화를 당해도 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법무장관인 밥 바가 선거 결과를 바꿀만한 부정이 없었음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또 하나의 인물로 리즈 체니를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를 비판했다 공화당 지도부에서 축출된 체니는 지난 주 남가주 시미 밸리에 있는 레이건 도서관 연설에서 “우리의 자유는 우리가 지킬 때만 살아남는다”며 “지금 우리는 전에 접하지 못했던 국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우리 입헌 공화국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체니는 이어 “그는 공화당 지도자들과 스스로 이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인간의 인질이 된 선출직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레이건을 인용,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힘들지만 필요한 일과 자유의 적들이 나날이 강해지는 동안 눈을 감고 최선의 결과를 희망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니는 지난 주말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주자가 된다면 공화당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당한 선거 결과에 불복, 무장한 군중을 선동해 합법적인 의회의 활동을 저지하려 한 것은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위배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역 행위다. 트럼프가 갈 곳은 백악관이 아니라 교도소다. 연방 검찰은 조속히 트럼프의 범죄 혐의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수집해 역도 트럼프를 단죄하고 미국 체제를 수호하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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