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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죽어가는 호수와 미국의 미래

2022-06-22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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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욕타임스는 그레이트솔트 레이크가 말라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보냈지만 부끄럽게도 필자의 개인 레이다는 이 중요한 기사를 잡아내지 못했다. 기사의 내용은 먼 훗날의 가상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금기가 많은 염수호인 그레이트솔트 레이크는 이미 호수면의 2/3를 잃었고, 이로 말미암아 야생동물이 죽어나갈 정도로 호수물의 염도가 올라가면서 독성을 지닌 모래 폭풍이 25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는 등 빈번한 생태학적 재해가 임박한 상태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독성물질로 가득 찬 사막이 되어버린 구소련의 거대한 소금물 호수 아랄해와 그레이트솔트 레이크 사이의 명백한 유사성을 타임스가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소 놀랐다.

어쨌건 그레이트솔트 레이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불상사다. 그러나 호수가 직면한 위기를 풀어낼 효과적인 처방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그보다 더 큰 실존적 위협인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한심한 대응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올라가는 온실가스의 수위가 우리에게 가하는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명 둔감한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한 범주에 속해있다. 이 같은 위협을 알고 있거나 알아야만 하는 위치에 서있으면서도 단기적인 이익이나 정치적 편의를 위해 행동에 나서지 않거나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명백히 반인륜적이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많은 옵저버들이 알아챘듯 글로벌 워밍은 본질적으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행동을 취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그 이유는 대략 네 가지다.

첫째, 과학자들이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 기후변화는 머나먼 미래세대의 문제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도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다. 지난달 HSBC 은행의 한 중역은 “100년 후 마이애미가 6미터 물속에 잠긴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냐”고 말했다.

물론 잘못된 시각이다. 우리는 한 세기 이후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그레이트솔트 레이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 서부의 대가뭄처럼 극단적인 이상기후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형태로 다가온다.

두 번째는 통계의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최소한 보고 싶어 하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날씨는 변덕스럽다. 열파와 가뭄은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발생했다. 한파는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올라갔는데도 여전히 찾아온다. 지속적인 기온상승 추세를 보여주기 위해 달리 요란스런 분석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통계적 분석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생생한 경험이다.

세 번째 문제는 막대한 경비다. 최근까지 온실가스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비용이 투입됐다. 이 같은 경비 추산액은 늘 환경보호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액수를 밑돈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저탄소 경제로의 이전이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쉬워졌는데도 환경보호에 등을 돌린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직도 경제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기후변화 대응행동을 가로막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는 글로벌한 문제이기에 당연히 글로벌한 차원의 대응을 필요로 하지만, 세계 각국이 공동보조를 취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예를 들어 미국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은 곧바로 강력한 반론에 부딪힌다. “중국이 계속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배기가스를 줄여봤자 헛일”이라는 이유있는 반론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재반박 논리도 있다. 만약 배기가스 배출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탄소 관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논의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필자가 앞서 지적했듯 이런 이슈들은 기후변화 무대응에 관한 변명이 아니라 설명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환경문제 대응조치 결여에 관한 그 어떤 설명도 그레이트솔트 레이크의 사막화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정책입안자들은 여전히 행동에 나서기를 꺼리거나,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우리는 먼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호수의 상당부분은 이미 사라졌고 야생동물의 떼죽음은 빠르면 이번 여름부터 시작될 것이다. 호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통계모델에 의지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관광업은 유타주의 거대 산업이다. 관광명소인 호수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사막이 되어버린다면 유타주의 관광업은 과연 이에 따른 심각한 타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생태학적 위기의 벼랑에 선 유타주가 호수를 채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을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는 정원 앞마당의 푸르른 잔디를 유지하는 쪽으로 돌릴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글로벌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압축된 얼음덩이 감소에 손을 보태면서 그레이트솔트 레이크 호수가 줄어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 것은 맞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지역 주민들의 과다한 물 소비다. 만약 이를 줄일 수만 있다면 유타는 중국, 혹은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건 그레이트솔트 레이크의 사막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해법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위협에 처한 지역은 임박한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그저 불편을 참아내는 정도의 희생을 감내하면 된다. 그러나 유타 주민들은 좀처럼 행동에 나서지 않는 듯 보인다.

만약 우리가 그레이트솔트 레이크를 구할 수 없다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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