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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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의 힘’

2022-06-21 (화)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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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정지의 힘’ 백무산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한 동안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고 한다. 영혼이 따라오도록 기다렸다는 것이다. 인디언과 말은 정지한 힘으로 다시 달려 나갔을 것이다. 사슴은 사냥꾼을 따돌리느라 맹렬한 속도로 달린 다음, 멈추어 서서 뒤돌아본다. 필요 이상 체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지 살핀 다음, 심장 박동과 호흡을 되찾는다. 함안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은 700년 동안 숨을 멈추었다가 진흙에 심자 꽃을 피웠다. 삶이 움직이는 거라면 춤은 움직임 중의 꽃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춤은 멈춤에서 시작되고, 멈춤에서 끝난다. 오직 인간이 추구하는 문명은 멈춤을 거부한다. 속도에 취하여 영혼을 돌아보지 않는다. 반칠환 [시인]

<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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