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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캐터필러

2022-06-20 (월)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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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홀트는 19세기 말 혁신적인 기계를 만들어내는 데 흥미를 가진 미국의 발명가였다. 그는 1890년 농부들이 말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하면서 저렴하게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증기기관을 이용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트랙터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다. 1904년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룬다. 판매된 트랙터 바퀴가 진흙에 자주 빠지자 무한궤도 형태의 바퀴를 개발해 뒷바퀴를 바꿨다. 현장 테스트에서 사진작가가 ‘커다란 캐터필러(애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다’고 하면서 캐터필러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이렇게 태어났다. 줄여서 ‘CAT’라고 한다.

트랙터의 무한궤도 기술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 등 군용 전차에 적용돼 널리 활용됐다. 1925년 캐터필러의 전신인 ‘홀터매뉴팩처링컴퍼니’는 경쟁사인 C L 베스트트랙터컴퍼니와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이후 사업 다각화로 농기계 제조 회사에서 건설과 광산·석유 개발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계를 제작하는 중장비 업체로 탈바꿈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건설 붐이 일어나자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시키며 급속히 성장해 다국적 기업이 됐다. 현재 캐터필러는 세계시장의 16%가량을 차지하는 중장비 업체다. 2019년 매출액이 538억 달러로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를 구성하는 30개 회사 중 하나다.

캐터필러가 최근 90여 년 만에 미국 일리노이주의 본사를 텍사스주 어빙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캐터필러 외에도 테슬라·오라클 등 62개 기업이 지난해 텍사스주에 둥지를 틀었다. 감세 정책, 적은 규제, 우수한 인재, 낮은 생활비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에는 법인세도 없다. 전기 요금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도 규제·노동 개혁과 감세 등으로 기업이 맘껏 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기업의 해외 유출을 막고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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