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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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라 라 라’

2022-06-07 (화)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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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모자라면 모자처럼 날아가고
모자처럼 하모니카 불고
모자처럼 새 되어
모자처럼 옆으로 돌려 쓰고
모자처럼 구름 위에 올려놓고
모자처럼 뒤집어서
새도 꺼내고
토끼도 꺼내고
사과도 꺼내고
오늘이 모자라면 라 라 라 라
모자처럼 공중에 높이 던졌다 받으며
라 라 라 라.

신현정 ‘라 라 라 라’

오, 모자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없다. 모자 속에서 나오는 것이 새와 토끼와 사과뿐인가? 모자 속에서 숙녀가 원하는 장미꽃과 신사가 바라는 종이돈과 어린이가 움켜쥐려는 색종이 꽃가루가 쏟아져 나온다. 모자 하나가 수백 명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숨을 참고 지켜보다 탄성을 지른다. 수없이 연습한 마술사의 모자가 저러할진대 시작을 알 수 없는 때부터 펼쳐진 ‘오늘’이라는 모자 속에서는 얼마나 놀라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겠는가? 눈 뜨면 펼쳐지는 선물 같은 오늘! 반칠환 [시인]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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