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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선거와 ‘좌파전성시대의 종언’

2022-06-0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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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 145. 5 대 12. 한국의 6.1 지방선거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226개 기초단체장 중 63곳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7개 광역단체장 중에는 5곳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꼽았을 뿐이다. 말 그대로 대참패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해 4월의 서울·부산 시장보궐선거 패배와 3.9 대선에 이어 3연패를 기록했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면서 한 때 20년, 아니 50년 집권론까지 외쳐댔었다. 그게 그만 ‘허무개그’가 되고 만 것이다.

민주당의 메카 광주에서조차 사실상 탄핵수준인 37.7%의 투표율을 보인 6.1 지방선거. 무엇을 말하고 있나.


“시대의 풍운아 조지 소로스는 문명의 종말까지 거론했다.” ‘전환점에 선 역사: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하순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렸던 스위스 다보스에서 들려온 소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 십 년 동안 세계화의 풍요시대는 끝났다.’ ‘다보스에서 확인된 건 중국부재로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과 함께 WTO(세계무역기구)시대도 마침내 종언을 고했다.’ ‘군비축소라는 평화의 배당은 사라지고 핀란드·스웨덴이 나토의 문을 두드리는 등 낙관의 시대는 끝났다.’

‘판타 레이(Panta rhei)’-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숨 가쁘다. 오랫동안 세계 질서를 유지해오던 제도가 일제히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대대적 현상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종언(終焉)의 시대’다. 이와 함께 나오고 있는 한탄이다.

4년 전과 비교해 정말이지 무섭게 변한 대한민국의 표심에는 ‘종언의 시대’란 세계적 흐름과 결코 무관한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민주당은 왜 그 같은 대참패 기록을 세우게 됐나. 계속 던져지는 질문이다. 내로남불의 시대의 행동강령은 끊임없는 편 가르기다, 거기서 진일보(?)한 팬덤 정치가 그 주범으로 지적된다.

일찍이 ‘노사모’가 있었다. 그 노사모를 승계한 것이 ‘문빠’다. 이 문빠는 스스로 여러 변형을 파생시킨다. 조국을 살아 있는 신으로 모시는 ‘조빠’가 그 하나다. 대선정국을 맞아 민주당의 신주류로 등장한 ‘명빠’가 또 다른 한 변형이다. 그 명빠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출현과 함께 의사가족형태(이재명과 지지자들이 아버지와 딸로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하는)로 전이됐다.

일종의 팬심으로 똘돌 뭉친 이 ‘…빠’들이 민주당 내로 진입하면서 당의 체질은 크게 변모한다. 절대자를 향한 종교적 광신도 같은 이 강성 정치 팬덤은 진리를 독점했다. 때문에 비판과 반론은 있을 수 없다. 다른 생각을 말하면 배교자로 낙인찍는다. 합리적 비판조차 악마화한다. 이들이 날뛰면서 당 지도부조차 눈치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당의 이 정치 팬덤은 권력에 취하면서 악성적 퇴행을 거듭해왔다. 조국사태가 그 시발점으로 검찰개혁이란 이름하에 공수처법을 제정했다. 그도 모자라 검수완박도 이룩했다. 그리고 이재명에게 방탄용 전략공천을 해주는 등 오직 ‘이재명을 살리기 위한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그 행태라니, 안하무인이 지나쳐, 뭔가 사이비종교 도그마에 홀렸다고 할까. 결과는 이재명만 살고 민주당은 죽은 최악의 대참패다.

이 팬덤 정치의 연원은 어디서 찾아지나. ‘분단체제론’이라고 하던가. 한국 좌파의 대부격인 백낙청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해방 이전의 식민지 모순과 해방이후의 모순으로 단순화한 이론 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 두 모순을 하나로 꿰고 있는 연결고리는 친일파다. 해방이전은 친일파 세상이다. 그들의 후손은 보수파로 이 이론대로라면 보수는 청산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보수 세력이 건국의 주체인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인 것이다. 이 근거 없는 이론 전개와 함께 좌파는 반일을 그들의 전유물인 양 불하해버렸다.

보수에 맞서 단결을 주장하는 진보의 담론도, 2019년 조국의 ‘토착왜구 마녀사냥’선동, 더 나가 2020년의 총선은 ‘한·일전’이란 표어도 이 페이크성의 연사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그 계열에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이수진, 민형배 등의 이름이 덧 올려 지면서 문재인 시대의 시대정신 ‘내로남불’은 ‘양아치’ 수준으로 악성 진화한다. 그 패악 질에 넌더리가 났다. 다른 말로 하면 강성 팬덤의 민주당체제는 피로가 누적돼 극히 작은 압력에도 무너지고 마는 피로파괴(fatigue failure) 상태에 이르렀다. 그게 선거결과가 아닐까.

이것이 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좌파 전성시대는 종언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인식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나라는 더 이상 일본이 아닌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미국,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가운데 한미동맹을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 등 인류의 보편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한·미·일 협력(83%)과 쿼드가입(86.1%)에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컴컴한 과거에 매몰돼 있다. 그리고 걸핏하면 반일을 들먹인다. 한국인의 인식은 그런 퇴행적 역사인식에서 크게 벗어나 열린 세계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여전히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를 외치며 ’개딸‘들과 함께 당권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는 이재명. 이는 보수로서는 결코 말리지 않을 일로 보인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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