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특별 칼럼] 중간선거와 청년 유권자

2022-06-06 (월) E.J. 디온 주니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크게 작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젊은이들과의 대화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지속되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현실정치에서 세대차가 큰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민주당은 청년층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2022 중간선거의 청년층 투표율이 2014 중간선거 수준으로 퇴행할 경우, 숱한 민주당 현역의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선거 수치가 이를 입증한다. 2020년 대선 당시 5개 경합주에서 바이든은 젊은 유권자들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은 30세 미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현저한 우세를 보였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리조나에서 31포인트, 펜실베니아에서 27포인트, 미시건에서 24포인트, 위스컨신에서 23포인트, 조지아에서 13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앞섰다.

젊은 층의 투표율은 일반적으로 장년층이나 노년층보다 낮은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유권자 등록은 고정된 주거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비해 이동성이 높은 젊은 층에 어렵게 되어있다.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 또한 선거마다 심한 편차를 보인다.

센서스국이 밝힌 수치에 따르면, 2014 중간선거에서 18-29세 사이의 유권자들 가운데 단 19.9%가 투표에 참여했고, 선거 결과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반면 반 트럼프 운동의 부분적 영향으로 2018 중간선거에서 30세 미만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율은 35.6%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또한 30세 미만 뿐 아니라 30-44세 사이의 유권자 그룹에서도 투표율이 크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민주당이 지닌 문제는 젊은이들 사이에 바이든의 지지율이 뚝 떨어진데다 투표참여 열기가 식었다는 점이다. 진보성향의 싱크탱크인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의 션 맥엘뤼는 지난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 사이의 바이든 지지율은 예비경선 초반에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맥엘뤼는 선거 이후 바이든의 지지율이 “더디지만 꾸준히 잠식”되면서 2020년 초반의 저조한 수치로 되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의 표심도 인플레이션과 코비드-19 등 나이든 층과 동일한 이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성향의 청년 유권자들 사이에는 특별한 ‘실망감’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몰리는 “집권 이후 민주당이 거둔 성과와 공화당의 방해”를 감안한다 해도 “여권이 자신들의 삶을 바꿀만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불만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머피는 “중요 이슈에 젊은 유권자들과 민주당은 상당히 근접한 견해를 보이지만 나이든 유권자들과 달리 당에 대한 충성심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당파적 측면에서 이들을 하나로 끌어 모으기란 상당히 힘들다”고 풀이했다.

그녀는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는 청년층 이탈자들이 속출할 염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이슈와 환경문제 및 정부의 역할 등의 주요 쟁점에 젊은이들은 민주당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진보적인 젊은이들은 대의정치를 넘어 그들의 견해를 표현할 다른 방법을 발견했다. 하버드 정치연구소의 여론조사국장인 존 델라 볼프는 청년들을 상대로 그들이 지닌 정체성 중 어떤 요인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다수의 공화당 유권자들은 종교와 정당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젊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성, 인종, 민족, 이념과 성 정체성 등 다양한 대답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각 범주마다 세부 항목이 주렁주렁 달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치적 관계를 맺기엔 충족되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을 하나로 결속하기 위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무얼까? 일단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들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맥엘뤼는 방대한 기후변화 대응조치를 포함한 예산조정안 입법과 바이든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학비대출금 1만 달러 탕감조치를 신속히 처리해야한다. 2020년 바이든 선거 캠프에 참여했던 델라 볼프도 학자금 부채 탕감조치를 지지한다. 그는 “젊은이들의 주택소유 대안” 부재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역시 대학생과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 모두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머피는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면 공화당은 극단적인 정당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면서 민주당이 투표소로 끌어내야할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이번 중간선거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현실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맥엘뤼도 이미 청년들 사이에 공화당이 극단적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이 민주당에게 최고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심할 나위 없이 일부 나이든 민주당 당직자들은 젊은이들의 조바심에 더욱 초조해질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집권 이후 줄곧 공화당이 설치한 방해의 장벽을 넘어야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대통령은 판사 임명에 제법 성과를 냈고, 진보적인 규제정책을 광범위하게 추구했다. 그러나 이번 가을 참담한 패배 가능성에 직면한 민주당으로선 청년 지지자들에게 인내의 필요성을 가르치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젊은이들을 투표소로 끌어내지 못하면 민주당은 참패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휴가로 인한 대체 칼럼으로 E.J. 디온 주니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E.J. 디온 주니어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위원과 조지타운 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습니다.

<E.J. 디온 주니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