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었다’- 이 말이 실감나게 들려온다. 안보^외교와 관련된 서울 발(發) 뉴스들을 접할 때 특히 더 그런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3불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한^미^일 군사동맹은 하지 않음)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순간 소멸했다. 협정이나 협약이 아니므로 윤석열 정부가 이를 준수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미 폐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한 말로 국내언론은 전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반(反)문재인’으로 요약된다고 할까. 그런 새 정부의 안보^외교 노선을 미국의 CNN방송도 소개하고 있다. 이 방송이 특히 주목한 부문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 외교의 방향성이다. 문재인 정부와 반대방향을 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윤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 협의체 쿼드(Quad)가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들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무게 중심은 미국 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외교가 자유, 인권, 공정 등의 가치를 앞세우는 자유진영의 핵심 축으로 이동,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것을 알리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사자성어가 등장하고 있다.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다.
사실에 있어서는 굴종적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러면서 언필칭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며 문재인 정권은 지난 5년 내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구호를 외쳐왔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간다는 시그널을 중국에 분명히 보냈다. 이와 함께 ‘안미경중’의 구호는 폐기됐다. 대신해 ‘안미경세’가 등장한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 그 어젠다는 그리고 이미 실제 이행 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가 그 시작으로 쿼드가입도 타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을 계기로 발족된 IPEF는 명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반(反)중 포위망성격이 짙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첨단 기술 스파이 활동과 무역규범 위반을 비난하면서 쿼드와 같은 안보 협의체와 함께 경제차원의 새로운 질서 구축을 목표로 추진해온 구상이 IPEF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IPEF발족과 관련해 베이징이 내놓은 논평이다. 이 같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 당초 7개국으로 알려졌던 IPEF는 13개국으로 늘었다. 같은 공산국인 베트남,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싱가포르도 참여해온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하나.
‘비참한 실패로 끝난 시진핑 체제의 해외정책, 그 현주소를 드러낸 것이다.’-애틀랜틱지의 분석이다.
중국의 경제, 군사굴기와 함께 그동안 한 가지 지배적 내러티브(narrative)가 형성돼왔다. 서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은 뜨는 해이고 미국은 쇠퇴하는 세력으로 중화의 깃발 아래 주변 국가들은 모여든다는 것이었다.
그 주장이 피크를 이른 것처럼 보인 때는 2021년 8월 15일 무렵의 시점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외교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유럽까지 중국의 파워는 확산되고 있었다. 그런 정황에서 내려진 것이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미국은 카불함락의 수모를 겪었다. 미국은 종이호랑이란 비웃음을 산 것. 미국은 정녕 지는 해와 같은 모습이었다.
대반전이 일기 시작했다. 중국의 파워가 확장될수록 반비례해 중국은 고립되기 시작한 것. 그 결정적 계기는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걸핏하면 근육을 자랑하는 중국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은 극도의 경계심을 품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해오던 싱가포르마저 미국 진영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애틀랜틱지가 미국 주도로 발족 된 IPEF와 관련해 특히 주목한 점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대체 공급망으로서 IPEF참여 국가들의 엄청난 잠재력이다.
IPEF 참여 13개 국가 중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인구만 합쳐도 중국 인구를 압도한다. 이 국가들은 공산품 제조 기초기지로서 중국과 경쟁상대다. 이런 이 국가들에 일본, 한국, 미국 등 선진 자본 세력이 대대적 투자와 함께 제조 기초기지 운영에 나서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외국기업의 중국탈출 러시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지오폴리티컬 퓨처의 조지 프리드먼은 인도태평양지역의 주요 국가들 대다수가 IPEF에 참여해온 사실에 주목, 이는 지정학적 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일본 등에 자유롭게 접근 할 수 있는 IPEF 자체 제도 마련과 함께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성장 동력을 상실한 중국의 경제난은 경쟁력 상실과 함께 더 악화된다. 이는 결국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실패한 러시아와 함께 동반 쇠락의 나락에 빠져들 것이란 진단을 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세계 패권국가로서 미국은 재부상, 1945년 2차 대전 승리에서 1991년 냉전승리 기간 동안 누렸던 위상을 되찾을 것으로 프리드먼은 전망했다.
‘안미경세’- 현명한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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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