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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로지 리베터

2022-05-26 (목)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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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날이 좋든 비가 오든 그녀는 조립 라인에 있어. 승리를 위해 일하지. 역사를 만들지. 리벳공 로지. (…) 그녀의 남자친구 찰리는 해병이야. 로지가 찰리를 지켜주네. 리벳으로 무기를 조이면서. (…).” 1942년 미국 전역에서 히트를 친 노래 ‘로지 더 리베터(Rosie the Riveter)’ 가사의 일부분이다. 레드 에번스와 존 제이콥 러브가 작곡했다. 로지 리베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여성을 일컫는다. 로지는 여성 이름으로 많이 쓰이는 로즈(Rose)의 애칭이고, 리베터는 리벳을 박는 리벳공이란 뜻이다.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은 1,600만 명 정도였다. 여성과 노약자를 빼면 10~30대 남성 대부분이 입대한 셈이다. 남성들의 군 입대로 군수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미국 정부는 여성을 적극 활용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여성들은 애국심과 의무감으로 공장에 들어가 일했다. 여성의 일자리는 전화 교환원 등에서 소총·전차·함정·항공기 제작 등으로 확대됐다. 1943년 미국 항공기 제작 산업의 경우 인력의 65%가 여성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할머니도 항공기 조립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 여성들은 종전 후 대부분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경험은 여성운동의 원동력이 됐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분야에서 일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문 중 4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법안에 서명했다. 이달 초 미국 록히드마틴의 재블린 미사일 생산 공장을 찾아 ‘로지 리베터’ 일화를 꺼내며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처리를 의회에 촉구한 게 효과를 본 셈이다. 미국 상·하원은 10조 원 가까이 예산을 더 늘려줬다. 노래 ‘로지 더 리베터’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 요즘 한국에서 이념·계층·지역·젠더·세대 등 다층적 갈등이 증폭되는 것과 대비된다. 각자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낸다면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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