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져
▶ 이제야 다급해진 셀러들 집 내놓고 가격 내리기 시작
리버사이드 등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 둔화 현상이 나타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집을 보는 바이어가 크게 감소하는 등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
뜨거웠던 주택 시장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모습이다. 주택 구입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이 줄면서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면 좀처럼 늘지 않을 것 같던 매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주택 시장 호황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한 셀러들은 집값을 내리기 시작했고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는 복수 오퍼 현상도 잦아들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택 시장의 여러 위축 신호를 알아본다.
◇ 주택 구입 관심 뚝
주택 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주택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자 매수세가 더 감소될 것을 우려한 셀러들도 조급해진 모습이다. 좀처럼 늘지 않을 것 같은 매물이 갑자기 나오는가 하면 매물 호가인 리스팅 가격을 앞다퉈 내리는 셀러도 부쩍 늘었다.
셀러들을 조급하게 만든 것은 바이어들의 갑작스러운 매수세 위축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고 모기지 금리마저 뛰기 시작하자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최근 확 줄었다. 구글 분석에 의하면 5월 중 구글에서 ‘매물’(Homes For Sale) 검색 횟수는 1년 전에 비해 약 11%나 감소하며 주택 구입 열기가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택 구입 관심 감소는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4월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561만 건(연율 환산)로 전달보다 약 2.4% 감소했다. 이 같은 매매량은 주택 구입 활동이 전면 중단됐던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기존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기존 주택 매매 건수는 4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 집 보는 바이어도 확 줄어
부동산 업체 레드핀이 집계하는 주택 구매자 수요 지수는 1년 전보다 약 8%나 떨어졌다. 주택 구매자 수요 지수는 레드핀이 자체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바이어들의 쇼윙 요청과 오퍼 제출 건수 등을 토대로 집계하는 지수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물 쇼윙 일정을 관리 프로그램인 ‘쇼윙타임’(ShowingTime)의 기록을 보면 바이어들의 쇼윙 활동이 확연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쇼윙타임에 따르면 올해 1월 첫 주부터 5월 15일 사이 쇼윙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매물을 찾는 바이어의 발길이 줄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택 시장 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셀러가 늘면서 신규 매물이 늘고 리스팅 가격을 내리는 셀러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레드핀에 따르면 5월 중 주택 시장에 새로 나온 매물은 전달보다 15%나 급증했다.
신규 매물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인 7.8%보다 거의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그만큼 셀러들이 조급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5월 15일 기준 직전 4주간 리스팅 가격이 인하된 매물은 전체 중 약 17.8%로 시장에 나온 매물 5채 중 약 1채꼴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인데 그만큼 주택 판매 속도가 더뎌졌음을 알 수 있다.
◇ 복수 오퍼 현상 잦아들기 시작
그동안 바이어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과열 경쟁 현상이다.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웃돈 오퍼’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 같은 현상도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다.
매물 한 채에 오퍼가 2건 이상 제출되는 이른바 복수 오퍼 비율이 드디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레드핀이 자체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복수 오퍼를 받았다는 에이전트의 비율은 약 60.7%로 전달(63.4%)과 전년 동기(67.4%) 대비 각각 하락했다. 복수 오퍼 비율은 4월까지 전달 대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복수 오퍼 비율이 감소 원인은 주택 구입 능력이 저하된 바이어들이 주택 시장에서 속속 밀려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모기지 이자율은 약 5.3%로 지난해 1월 사상 최저치(2.65%)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중간 가격 기준 모기지 페이먼트는 월 2,427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입비 부담이 치솟으면서 주택이 불가능해진 바이어가 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주택 구입 경쟁도 잦아들고 있다”라며 “앞으로 웃돈 경쟁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랜드 엠파이어, 가장 빠르게 식어
전국에서 복수 오퍼 비율이 가장 빠르게 감소한 지역은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리버사이드 지역으로 조사됐다. 4월 중 리버사이드 지역의 복수 오퍼 비율은 42.7%로 1년 전(64.6%)보다 무려 22% 포인트나 감소했다. 리버사이드 지역의 엘리자베스 로드리게즈 에이전트는 “몇 달 전만 해도 매물 한 채에 오퍼가 10건 넘게 제출됐지만 현재 2~3건으로 감소했다”라며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한 첫주택구입자 숫자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리버사이드 지역을 포함한 남가주 인랜드엠파이어 지역은 인근 LA 카운티나 오렌지 카운티에 비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첫주택구입자들의 구입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로드리게즈 에이전트는 수요 대비 매물이 부족해 아직까지는 셀러가 유리한 상황이지만 올여름 이후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팔리지 않는 매물이 늘면서 바이어 보호 조항인 컨틴젼시를 받아들이고 바이어의 가격 협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셀러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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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