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팁(Tips)

2022-05-11 (수) 이중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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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마지막 18홀에서 게임이 끝날 때가 되면 캐디(?)가 재빨리 다가와 클럽을 닦아준다. 그때마다 우리는 각자 얼마의 팁을 준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얼마나 팁을 주어야할까 주저할 때가 있다. 미국은 팁 문화가 발달해서 식당, 모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요금의 15-20%를 주지만 때로는 서비스에 따라서 더 많은 돈을 준다.

팁으로 전할 수 있는 그것이 가진 힘을 이해한다면 몇 푼을 덜 줄까 더 줄까 하는 고민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장에서 캐디가 유별나게 한인들을 반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인기를 모은 동영상이 많다. 그 중에 내 가슴을 울린 동영상 하나. 피자배달원이 허름한 집에 배달을 가자 주인이 1달러 팁을 주면서 미안해한다. 아이들이 너댓명이 애타게 피자를 기다린 듯 하였고 주문한 피자는 작은 사이즈에 가장 값이 싼 피자였다.


그 집에 다시 되돌아온 배달원은 커다란 피자 두 개와 음료수를 전하는 따뜻함을 보여주어 주인과 아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주인은 배달원에게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당신은 당신이 가진 귀한 것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피자 값을 꼭 갚겠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고 한인 식당에 가면 한인들의 팁이 외국인에 비교하여 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팁이라는 것이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만큼 각자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으면 주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팁이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골프장에 가보면 에티켓은 모르면서 고성을 지르며, 홀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뒤에 따라오는 팀에 대하여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그런데 한인들은 골프를 마치고 캐디에게 주는 팁이 굉장히 후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마지막 홀에 도달하면 캐디(?)가 불현듯 달려와 클럽을 닦는다. 아니 닦는 시늉을 한다고 해야 적절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캐디의 서비스는 골프장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말하기가 조금은 거북스럽다.

한국식당의 서비스가 캐디의 서비스에 비하여 무척 힘이 드는 일이라 추측된다. 물론 식당에서 팁을 얼마나 주어야하는 것도 골프장에서와 같이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다. 주말이 아닌 주중에도 골프장에서 한국의 젊은이가 제법 많이 눈에 띈다. 한인들이 많이 와서 골프장에 수입을 올리고 캐디의 팁을 많이 주어 좋을 것이다. 듣기로는 상당한 액수의 배팅을 하는 젊은이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식당에서, 골프장에서, 무엇을 하던 하루를 기분 좋게 끝내야 한다. 팁으로 주는 몇 푼의 돈이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 아내, 또는 아들딸에게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로 전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식당에서, 또는 저임금을 받는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같은 대접을 한다면 받는 사람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몇 푼의 돈으로 베푼 사람의 가치는 받는 자에게 커다란 산으로 남고 주는 자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남는다.

<이중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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