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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길 5년’ 그 평가는…

2022-05-0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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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을 황혼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다’-.

2017년 5월 10일 출범해 2022년 5월 9일로 임기가 끝났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모습이 그렇다. 노랑에서 주황으로, 그리고 빨강으로 석양에 물들어가는 노을. 그 형언키 어려운 낙조의 황홀경을 말하는 게 아니다.

떠나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야욕, 그 이글거리는 야욕이 시뻘겋게 보인다고 할까. 뒤끝 작렬도 이런 작렬이 없다. 하산길의 문 정권의 모습이 여간 졸렬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불리하면 침묵을 지킨다. 반면 생색이 날 일이면 반드시 끼어든다. 그리고 입을 연다. 그 대화방법이 유체이탈 식 화법이기는 하지만. 이 게 지난 5년 간 보여 온 일종의 문재인 식 소통방식이다.

기이할 정도로 매사 침묵을 지켜왔던 문재인이 임기 말이 가까워 오면서 말이 많아졌다. 그 발언들이 그런데 그렇다. 대못 질을 하겠다는 거다. 툭하면 혹평과 비난을 퍼 부으면서 후임자를 깎아 내린다. 어거지 논리로 팩트를 전복한다. 그리고 없는 치적을 부풀린다.

한 마디로 비루하다. 무책임하다. 역겨울 정도다.

문재인 정권은 성공한 정부인가. 아니, 그 반대, ‘실패’라는 것이 집권당 패배로 귀결된 3월 9일 대선이 내린 공식적 평가다.

초대 이승만에서부터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 중 흠결이 없는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 같이 퇴임 후 어려움에 봉착했고, 그 때마다 ‘지도자 운’이 지독히도 없다는 한탄이 나온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안보를 튼튼히 했다거나 국부를 늘리는 등 국익증진에는 저마다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문재인은 예외다’- 5년 임기 말을 맞아 나온 진단이다.

민생경제, 부동산, 에너지, 노동 등 정책은 실험만 거듭하다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좌파 전체주의 국가의 경제정책이 그 실패의 대표작이다.


법치와 국민화합 등 분야에서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촛불을 통해 국민에게서 받은 ‘통합과 희망’을 5년이 지난 현재 ‘분열과 절망’으로 변질시켰다고 할 정도다.

그토록 사대(事大)의 예를 다해 시진핑을 섬겼다. 그리고 불철주야 김정은 대변인으로서 충성을 다했다. 자유 민주주의노선 이탈을 불사하면서까지. 돌아온 결과는 그러나 수모에, 국제적 고립에 북의 잇단 도발이다.

그 총체적 실패의 원인은 어디서 찾아지나. 불통^오기^내로남불로 점철된 ‘문재인의 길’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진보진영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비판이다. 그 중 특히 전 세계가 주목한 것은 ‘naeronambul(내로남불)’ 이다. 문재인정권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naeronambul’이란 단어가 국제공용어로 쓰일 정도가 됐으니.

‘우리 편’만 바라보며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거기다가 이재명 등 내로남불의 시대정신(?)에 투철한 준수(俊秀)들이 일세를 풍미한 결과 구석구석 악취가 나는 대한민국이 되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법의 지배라는 문명사회의 기본원칙이 무너졌다. 이것이 좌파 전체주의 지향의 문 정권이 저지른 최대 과오다.’ 문 정권 5년에 대해 쏟아지는 또 다른 질책이다.

‘검수완박’이라고 하던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 동안 이어져온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문재인과 172석의 거대여당이 일찍이 듣도 보도 못했던 꼼수 대작전을 통해 불과 5시간46분만에 허물어버린 일방적 입법폭주가 그 압권이다.

그 대미를 장식한 날은 2022년 5월 3일이다. 그러니까 문재인은 퇴임 한 주도 안 남은 시점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안을 의결^공표함으로써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역사적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그 마지막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은 듣기 민망할 정도다. 말이 검찰개혁이지 ‘문재인과 이재명 지키기 방탄법’이다. 그 입법과정이나 내용도 헌법 위반 혐의가 짙다. 그런데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새 시대를 열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을 뿐 검수완박의 쟁점들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헌법수호, 그 책무를 저버림으로써 국정시스템을 파괴한 것이다.

‘…일찍이 이런 대통령이 없었다.’ 문재인의 그 무책임한 행태와 뻔뻔한 발언에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내 언론들이 내뱉은 일성이다.

무엇을 믿고 그토록 ‘막가파’식으로 나가고 있을까. 임기 말에도 45%라는 높은 지지율. 이와 관련해 대선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졌지만 진영싸움에서는 이겼다는 나름의 확신 가운데 광화문 광장을 메웠던 ‘미친 소’, 더 나가 촛불의 추억이 떠올라 와서일까.

아니면 ‘대선에서 졌으니 다 죽는다’는 586주사파로 이루어진 문 정권 강경파 특유의 중증의 집단성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의 발로에서일까.

그건 그렇다고 치고, 한 센텐스로 요약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자유민주의체제 대한민국 와해를 끊임없이 획책했던 대통령’- 뭐 이런 게 아닐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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