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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화(Finlandization)’와 대한민국

2022-05-0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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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변화를 가져 온다’ -. 우크라이나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예상 밖으로 졸전을 거듭,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 상황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벌써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푸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지고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이다.


경제, 군사적으로는 아주 허약해졌다. 정치적으로는 자포자기적이고 더 위험하다. 그런 국가로 러시아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고 푸틴체제가 계속되는 한(푸틴은 사라지고 그 패거리가 권좌를 유지하는 경우에도) 제국주의적 야망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약해서 더 위험한 러시아의 출현, 이와 함께 유럽의 안보지형은 거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변화의 발단은 ‘핀란드화(Finlandization)’에서 탈피하고 있는 핀란드에서 찾아지고 있다.

핀란드는 100여 년간의 러시아식민지를 거쳐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틈타 독립국가가 됐다. 그러나 혁명 후 소련의 간섭은 계속됐고 1939년 마침내 소련은 영토문제를 트집 잡아 핀란드를 침공했다. 이른바 겨울전쟁이다.

당시 인구 370여 만에 불과했던 핀란드지만 선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억 인구에, 막강한 군사력의 소련에 역부족, 결국 협상에 임했다. 국토의 10% 이상을 소련에 넘겨주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만 것이다.

이어 1948년에는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다. 소련을 위협하는 어느 국가에도 핀란드영토를 제공하지 않고 나토(NATO)에도 가입하지 않는다는 ‘2불(不)’이 그 내용이었다. 안보와 외교주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핀란드는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을 어느 정도 허용 받은 것.

여기서 나온 것이 ‘핀란드화’란 신조어다. 그러면 ‘핀란드화’와 함께 핀란드는 얼마나 숨죽이며 지내왔나. 소련에 비판적인 영화나 출판까지 자체 검열할 정도로 눈치를 봤다. 때문에 ‘핀란드화’란 말에는 부정적이고, 경멸적 의미가 담겨 있다. 냉전시절 서독의 보수정치인들이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핀란드화’에 빗대 비난한 것이 그것이다.


그랬던 핀란드의 핀란드화’ 탈피가 본격화 되고 있다. 그 시작은 2014년 푸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부터다. 안보위기를 절감한 핀란드는 미국과 방위협정을 체결하고 군비증강을 서둘렀다.

핀란드가 러시아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접은 것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다. ‘핀란드화’의 굴욕에서 벗어나 과감히 나토가맹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여기에는 중립국인 스웨덴도 합류, 유럽의 안보지형은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 푸틴이 계산했던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가맹은 나토의 결속은 물론,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도 가져오면서 러시아의 침공에 극히 취약한 발트 3국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 이 두 나라의 나토가맹이 성사되면 러시아로서는 나토동맹국과들과의 접경 길이가 두 배나 늘어나 그만큼 방어부담이 커진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유럽방위 부담이 줄어 동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두 나라는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정치적 함의도 지니고 있다. 민주체제 수호동맹으로서 나토의 이미지가 한 층 선명해지면서 다가오는 제 2의 냉전, 미국과 서방 대 러시아, 중국과의 대결은 자유 민주주의진영 대 권위주의 독재체재 간의 갈등으로 그 구도가 뚜렷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를 명분으로 침공에 나선 푸틴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으로 핀란드의 나토가입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벌써부터 발트 해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핀란드로서는 지금이 나토가맹의 최적기로 판단(빠르면 5월 중순에서 6월말 나토정상회담까지 기간), 러시아의 위협을 맞받아쳐가는 용감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새삼 뒤돌아보게 되는 것이 있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군사력 6위의 나라이자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 대한민국을 한-중 관계와 관련해 자청해 ‘핀란드화’하려는 아주 비상한(?) 노력을 펴온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중국을 향한 문 대통령의 언어부터 그렇다. 그 언어는 굽실댄다. 중국을 높은 산에 비교하고 한국은 작은 나라로 ‘중국몽’을 따르겠다고 했던가. 그 외교는 중화질서에 자진 종속, 혹은 중국과의 관계를 ‘속국’으로 되돌리려는 것에 다름이 아닌 것으로 비쳐진다.

문 정권이 사드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약속한 ‘3불(不-사드를 추가배치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은 대한민국의 미래 군사주권을 중국에 내준 것이다. 그도 모자라 이미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운영을 제한하라는 중국의 ‘1한(限)’요구마저 받아들여 군사주권을 훼손한 의혹마저 일고 있다.

대북문제도 그렇다. 임기 내내 저자세로 일관, 김정은 남매에게 휘둘렸던 게 문 정권 5년이다. 그 압권은 김여정이 대북 전단금지법을 만들라고 하명하자 서둘러 명을 받들어 시행을 한 것이다. 그 문정권은 임기 말까지 시진핑 블레싱 하의 베이징 남북정상회담 평화 쇼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문 정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하루 빨리 그 지긋지긋한 모화종북(慕華從北)의 멘탈리티를 떨쳐내고 선진국 위상에 걸 맞는 당당한 외교안보 정책을 펴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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