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바라는 한미정상회담
2022-04-28 (목)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다음 달 하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차 일본을 방문하기에 앞서 한국을 먼저 들러 한미정상회담에 임한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공세에 대한 공동 대응, 한미일 안보 협력의 재가동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해 지금 바이든 행정부가 처한 국내외적 상황을 살펴보고 향후 정상회담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안팎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 세력에 동시에 대처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바로 그러한 세력들이다. 이들 두 권위주의자는 자신의 입지 강화와 상대방의 약점 공략을 위해 각종 프로파간다 전술을 교묘하게 구사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방을 분열시키고 있어 당대 서방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우선 미국을 보면 2020년 트럼프의 대선 패배와 2021년 1월6일 친트럼프 폭도의 의사당 점령 이후에도 ‘대선 부정선거론’이 보수 진영 내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미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트럼프의 음울한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의사당 점령 폭거 1주기를 맞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는 바이든 대통령을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율이 70%를 넘어선다. 이처럼 바이든 당선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여론 몰이는 다름 아닌 트럼프 전임 대통령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에 의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인 민주당의 내부 분열과 지지부진한 입법 성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현재 30% 후반에서 40% 초반으로 매우 낮은 형편이어서 올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으로 컴백할 가능성이 높아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담은 2조 달러 규모의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 인종 문제 관련 경찰 개혁 법안, 투표권 보호를 위한 연방 선거 법안 등이 모두 공화당의 반대와 민주당의 내부 분열로 줄줄이 좌절됐다. 게다가 미국 남부 국경은 남미로부터 몰려드는 이주민으로 북새통이지만 이민 개혁에 대한 바이든표 청사진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시기에 유럽에서는 권위주의자 푸틴이 친서방정책을 표방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바이든 대통령을 더 어려운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당장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협력하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나토와의 협력 속에 실시되면서 미국 여론 역시 바이든 대처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오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공급망(GVC)이 교란돼 미국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마당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유권자들의 불만은 가뜩이나 낮은 그의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의 권위주의 세력과 대처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글로벌한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더 많이 기여해줄 것을 요구할 터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양한 국가 간 협의체에 참여할 것을 강하게 권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과 중국의 도발과 공세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할 것이다. 기왕에 세계 각지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마당에 다시 유럽에서 러시아와 경합하고 이를 위해 언제 흐트러질지 모를 나토의 대오를 유지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사정과 함께 한국의 특수한 입장과 동맹의 일반적 의무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줄 것과 받을 것을 선별해가면서 정상회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준비의 키워드가 오로지 국익임은 달리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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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