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국인 주거 밀집 지역인 왕징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요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기만 해도 무조건 2주 격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자의 주변에서도 확진자가 다녀간 건물의 치과를 다녀왔다는 이유로, 해당 건물에 위치한 다른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격리된 사람들이 나왔다.
고강도 방역 조치에 사람들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미리 사두기 시작했다. 당일 배송 시스템을 갖춘 대형 마트에서도 이틀이 걸려야 물건을 받아볼 수 있고, 슈퍼마켓 계산대에는 항상 길게 줄이 늘어섰다. 반대로 인파가 붐비던 쇼핑몰과 식당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중국인 지인에게 “(격리될까) 두렵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이런 답이 돌아왔다. “걱정하지 마. 중국은 전염병을 잘 통제하고 있어. 우리(중국) 정부를 믿어야 해.” 순간 눈을 의심했다. 중국인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통제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걸까.
또 다른 중국인에게 “한국은 어떻게 하길래 하루 감염자가 20만 명, 30만 명까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화가 치밀어 오른 적도 있다. 그렇다고 굳이 반박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든 기준을 중국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논쟁을 해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편향된 시각은 최고지도자로부터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표창 행사’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중국이 금메달”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는 “중국의 방역 정책은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글로벌 방역과 국제 중대 행사 개최를 위해 유익한 경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림픽 기간 동안 ‘폐쇄 루프’로 불리는 별도의 방역 구간을 설정해 감염자 차단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린성과 선전시가 도시 봉쇄에 들어가더니 급기야 ‘경제 수도’ 상하이도 도시 전체가 통제 상태가 됐다. 상하이시가 지난달 28일 봉쇄 조치를 내린 지 2주. 그 전부터 48시간 단위 격리를 시행하던 것을 감안하면 상하이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봉쇄 기간이 20일을 넘은 곳이 수두룩하다.
서슬이 퍼런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상하이 시민들의 불안도 날로 고조되고 있다. 바로 위층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상하이의 한 교민은 “통풍구를 비롯해 하수도 등 공기가 통할만한 곳은 모두 막았다”고 한다. 확진이 두려운 것도 있지만 그로 인해 시설로 옮겨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도 중국은 자신들의 코로나 방역 정책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한편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타깃으로 삼는 한국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혐오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최근 왕징의 한국 의류 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한국산 옷을 취급하는 매장을 전수 검사하며 영업 중단을 통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국의 조치 이후 한국산 의류 수입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다른 지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잠잠했던 광저우에서 최근 한인 주거 밀집 지역인 위안징루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중국인들은 한국인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위안징루와 연결된 도로에는 공유 자전거로 겹겹이 쌓은 ‘자전거 장벽’을 설치해 아예 이동할 수 없게 막아버렸다.
티끌만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면서 자신들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중국인의 믿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10일 당국이 발표한 전날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2만6,345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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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