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민심은 ‘촛불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보수 정치세력에 나라의 미래를 맡겼다. 5년 만에 민주당 정부가 막을 내리고 보수 정당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선거는 투표일까지 승패를 점칠 수 없는 사생결단의 싸움이었다. 이재명 후보와의 득표차는 불과 0.8%(25만표), 이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이후 최소의 표 차이다. 이처럼 초박빙의 선거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둘로 쪼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다툼과 대립이 이어졌고, 상식의 선을 넘은 네거티브 전쟁이 민심과 여론을 양분했다.
이제 나라를 하나로 모으고 갈라진 민심을 다독이며 통합과 화합을 추구하는 것이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막중한 과제다. 윤 당선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의 마음도 끌어안아야 한다. 나아가 ‘공동정부’의 파트너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야당에도 손을 내밀고 소통하면서 탕평과 협치에 기반을 둔 통합 정치를 펼쳐야한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의 정치 구도를 고려하면, 윤 당선자에게 통합과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했던 당선 연설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지금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크나큰 도전과 격랑에 휩싸여있다. 2년이 넘는 코로나 팬데믹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하면서 민생은 더할 수 없이 침체돼있고, 소비와 생산이 동반 부진에 빠져 경제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거기에 글로벌 공급망 훼손, 고물가 현상이 발목을 잡고 있고, 집값 안정과 일자리 문제도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경제 안정화는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등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봉착해있다. 게다가 북한은 올 들어 9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도발을 재개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조처의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표류중인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넘는 대담한 안보 구상이 필요하다. 또한 역대 최악이라는 한일관계의 개선도 이뤄져야한다.
이 외에도 차기 정부에는 갖가지 현안이 쌓여있다. 포스트 팬데믹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격변하는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기후 생태 위기는 시급하게 당면한 과제다. 환경재앙 대처는 인류공존의 길이자 대한민국 기업경제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퇴행의 ‘보복 정치’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보복을 과감하게 떨쳐내고 실행함으로써 국민 절반의 불안감을 풀어줘야 한다. 국민들의 우려대로 기획수사를 벌여 정국을 주도하려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분열과 대립이 찾아올 것은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미주한인들에게 중요한 사안은 한반도 평화와 한미동맹의 강화 발전이다. 한미관계는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200만 한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오랜 공약으로만 남아있는 재외동포청의 설립과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 해결 등 해외동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애써주기를 바란다.
새 지도자의 선출은 새로운 출발이다. 국내외적 격동기를 맞은 대한민국은 새로운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국익을 우선하고 해외한인들에게도 힘이 되는 현명하고 균형 잡힌 외교정책을 기대한다. 윤석열 당선자와 차기 정부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유연한 정책을 통해 한국과 재외한인사회의 연결을 공고히 하면서 해외인재들의 소중한 자산을 더욱 활성화하고 발전시켜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