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중국의 복잡한 셈법
2022-03-04 (금)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브레이크가 풀린 국제 질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포탄을 받아내며 주권과 평화를 지키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강력한 러시아 제재의 칼을 꺼내들며 무기 보급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연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의 희생은 더 늘어날 것이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제재를 오래 겪어온 러시아의 행동에 비춰볼 때 우크라이나의 현상(status quo)을 회복하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국제사회는 또 하나의 강대국인 중국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난도가 높은 복합방정식을 풀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첫째, 러시아와 최상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중러 관계 변수다. 그동안 중국은 러시아와 연대하면서 미국의 다양한 압력을 함께 버텨왔다. 최근에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상황에도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고 그 계기로 향후 30년 동안 1,175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둘째,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다. 중국은 옥수수 수입의 30%, 밀 수입의 28%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으나 양국의 교역 규모는 193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는 중국 육상 실크로드의 전략적 전초기지로 2021년에만 유라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66억 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체결하기도 했다. 셋째, 타국에 대한 내정 불간섭에 기초한 중국 외교의 고립주의 원칙이다. 이를 변경할 경우 중국 내부의 설득도 쉽지 않고 주변국의 중국 위협론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으며, 미중 전략 경쟁도 격화되면서 다가올 시진핑 체제 공고화 작업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다.
딜레마의 특징은 극복하기 어렵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전략적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중러 관계에 균열을 내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외교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복합적 딜레마를 관리하는 것이다. 일단 중국은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정책을 집단적 대결에 기초한 냉전 논리라고 비판하면서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엔 안보리의 러시아 침략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도 중국은 제재가 새로운 문제를 낳을 것이라며 인도 등과 함께 기권했다. 다른 한편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통해 러시아 군사 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했다. 실제로 중국은 재외 공관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과 우호적 공존을 중시해야한다는 통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5일 중러 정상 통화에서도 러시아의 무력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고, 그 방법론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외교적 교섭과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자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신장·티베트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유럽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미래 전략 경쟁도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적 고려도 포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가 폭력과 다름없다. 그러나 탈냉전 시기 NATO의 동진 방지를 약속했던 미국이 ‘나토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정책을 변경하고 자국의 중산층을 위해서라면 다른 국가에 비용을 전가하는 미국의 리더십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한반도의 창은 오직 동맹과 ‘힘을 통한 평화’로 열려있어서는 안 되며, 우리의 핵심 이익인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한없이 전략적이고 섬세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의 긴급한 행동은 공포에 떨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일이다. 정의로운 전쟁은 없고 전쟁 앞에서 모든 것은 허업이자 사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