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스위프트(SWIFT)
2022-03-03 (목)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
2012년 3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의 핵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 등 현지 30여 개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 접속을 차단했다. 석유 수출 대금 결제가 막히면서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7.7%로 떨어졌고 리알화 가치도 51%나 곤두박질쳤다. 혹독한 경제 제재를 견디다 못한 이란은 결국 2015년 미국과의 핵 협정에 서명했다.
달러 중심의 지급 결제망인 스위프트는 유럽·북미 240개 금융회사가 회원사 간 결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1973년 설립한 조직이다.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977년부터 회원사와 주요 금융사를 연결하는 데이터 처리·전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00여 개국 약 1만1,000개 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3,000여개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위프트를 통해 연간 100억 건, 총 1조 달러 이상 규모의 국제송금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와 금융 거래 차단 등 경제 제재에 나섰다. 미국은 26일 영국·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러시아 일부 은행을 스위프트에서 차단하는 고강도 금융 제재를 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위프트 카드’를 주장했지만 EU 회원국 간 이견으로 1차 제재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방안이다. 스위프트는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 러시아와 해외 금융기관 간 자금 송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가스 등을 구매하는 기업들이 대금을 결제할 방법도 막힌다. 서방국 은행들로서는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없는 위험성도 고려해야 한다.
서방국들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는 우크라이나는 4대 강국 사이에 놓여 있는 한반도와 닮은꼴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힘을 키우지 않고 눈치 보기 외교만 하면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을 굳건히 하고 자강력을 키우는 것만이 우리의 주권과 안보·국익을 지키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정민정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