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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경제상황 제대로 홍보해야

2022-03-02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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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출범 1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민주당은 난해한 역설에 직면했다. 미국 경제는 성장과 일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측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활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곤두박질 친 소비자심리에 치인 대중의 부정적 경제상황 인식은 민주당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에게 이 같은 역설적 경제상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고민은 바이든의 경제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이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론 이너서클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긍정적인 소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대한 실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대통령이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논리다. 억울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경제에 관한 부정적인 세평을 그대로 추인하라는 권유다.

필자의 견해로는 바이든에게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라는 전문가들의 제안은 여론의 돌팔매질을 당했던 지미 카터의 ‘미국병’ 연설을 대충 손질해 내놓으라고 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 것이 현실의 편에 서는 것이다. 필자는 소비자 서베이나 여론조사가 시사하는 것보다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그리고 최근 나온 두 건의 연구 결과는 필자의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해준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실시한 첫 번째 연구는 인플레이션 조정을 거친 실질임금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주장을 ‘팩트’로 사용하는 여러 건의 기사를 접했다. 그게 사실일까?

이건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문제다. 평균임금을 가격수준과 비교해보면 된다. 그러나 팬데믹은 노동력 구성(workforce composition)을 왜곡시킴으로써 이 같은 비교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2020년 평균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는 개별 근로자들의 임금이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레이오프를 당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주로 요식업과 같은 저임금 직종 종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저임금 업종이 지난해의 고용회복을 주도했기에 실제 임금 성장은 평균치가 가리키는 것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왜곡 효과를 바로잡으려 시도한 댈러스 연준의 연구는 2021년의 실질임금이 하반기에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실제로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자들이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물론 댈러스 연준의 연구결과를 최종 답안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어쩌면 실질임금은 소폭 상승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소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은 근로자들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

정치적 측면에서 과거 사례 비교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1985-86 오일가격 추락에도 불구하고 로널드 레이건 시절 전반에 걸쳐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경제적 성공을 일구었다는 대중의 인식에 힘입어 1980년대에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사람들은 임금이 상승하는 시기에도 인플레이션에 앨러지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반자동적으로 통제 불능의 경제상황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인지 모른다. 바로 이것이 지표상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소비자심리가 크게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다른 모든 서베이와 마찬가지로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이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미국인들은 올해 인플레를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지금의 물가상승추세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미국인들은 큰 폭의 실질임금 하락으로 고통을 겪지 않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통제 불능이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경제 전선에서의 숱한 낭보가 소비자 심리를 띄우지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어떤 이유에서건 소비자들이 낭보를 듣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의 경제와 나라 전반의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예상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국가 경제에 관한 진단은 박하다. 쉽게 말해 본인 자신은 잘해내고 있지만 타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지부동의 당파성도 큰 요인으로 꼽힌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상대로 실제 경제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그레그 사전트가 지적하듯 최근의 여론조사는 일자리, 경제성장과 실직에 관한 긍정적 정보를 접했을 때 유권자들의 경제상황 인식이 크게 개선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지금부터라도 그가 이루어낸 경제적 치적을 적극적으로 알려야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편한 현실을 부정하는 전략이 공화당에게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부정적인 소식을 묵살하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자신의 임기 중에 거둔 성과 역시 대대적으로 알려야한다. 그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경제는 스스로를 홍보하지 못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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