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중심’이 되려 했다. ‘세계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라는 타이틀과 함께 패권 국가인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이번 행사로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2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외신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17일간의 겨울 축제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역시 중국만의 잔치, 시 주석을 향한 대회가 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번 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시 주석에 대한 충성 맹세로 달아올랐다. 중국 선수단은 올 1월 출정식에서 “영수(시진핑)에게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고 외쳤다. 개막식도 집안 잔치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 주석이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장에 입장하자 개막식 출연자들은 공연을 멈추고 그들의 지도자를 향해 환호했다. 카메라도 어색하게 손 흔드는 시 주석의 모습을 1분 넘게 비추며 전 세계에 송출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차이치 베이징시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개막식에서 “존경하는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직접 추진하고 지도해주셔서 우리는 깨끗하고 개방된, 간소한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올림픽은 일찌감치 ‘외교적 보이콧’ 논란에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중국 언론은 18개국과 정상회담을 펼쳤다고 연일 릴레이 회담을 보도했지만 대다수 국가는 일대일로 정책에 동조하는 중국의 동맹국이다. 그들의 협조마저 없었다면 시 주석의 올림픽 외교는 더욱 초라했을 것이다. 올림픽 도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을 하지 않아 다행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세계의 이목은 중국이 아닌 크림반도 쪽으로 향했다.
시 주석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종적을 감췄다. 개폐막식에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장애인 동계 올림픽이 남았지만 관심도가 떨어지는 데다 중국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양회가 그 기간 펼쳐진다.
올림픽 이후에도 청두 유니버시아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같은 굵직한 행사가 이어지지만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3기를 향한 내부 다지기 작업에 가장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올림픽 등 각종 국제 행사도 결국 시 주석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도정에 있는 이벤트일 뿐이다.
중국은 올 가을 장기 집권의 서막을 여는 20차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해 세 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절대 지도자가 될 것임을 천명했고 지난 18일로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진핑의 연임을 막을 장애물은 없겠지만 인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위대한 지도자의 길을 걷을 수 있느냐 여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체제 결속을 위한 작업은 더 엄격해지고 있다. 역사결의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며 당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도 변수다. 이미 집요한 검사와 경로 추적, 봉쇄 위주의 정책에 사람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최대 난제는 경제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1%를 기록하며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 유지)’에 성공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경기 둔화의 흐름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고 지급준비율도 낮추며 돈 풀기에 나섰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올해는 5%대 성장도 자신하기 어려울 만큼 상황이 안 좋다. 세금 감면과 수수료 인하 등으로 1분기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올림픽 성화는 꺼지지만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향한 불은 이제 붙기 시작했다. 중국의 행보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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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