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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수수료율 하락세, 2017년 이후 최저

2022-02-17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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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어 넘쳐나 에이전트 의존도 하락 낮아져

▶ 수수료 정보에 대한 투명성 높아진 것도 영향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 하락세, 2017년 이후 최저

바이어 급증으로 에이전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 수수료율 인하 원인이다. [로이터]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 하락세, 2017년 이후 최저

집을 팔 때 발생하는 비용 중 부동산 중개 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수료 금액은 매매 가격에 일정 비율(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되고 규정으로 정해진 비율은 없다.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수수료율은 조금씩 변동하는데 주택 시장이 호황을 이루고 있는 최근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내놓은 집이 빨리 팔리는 추세여서 부동산 에이전트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최근 부동산 중개 수수료 변동 추세에 대해 알아봤다.

◇ 바이어 에이전트 수수료 2017년 이후 최저

지난해 9월~11월 3개월간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지급된 수수료율은 2.63%로 집계됐다. 2020년 같은 기간의 2.69%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치이고 레드핀이 조사를 시작한 2017 이후 가장 낮아졌다.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성수기에 진입하기 전인 2017년 중순만 해도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제공된 수수료율은 2.75%를 넘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으로 주택 수요가 폭등하면서 2020년 중순 이후 수수료율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주택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는 셀러가 부담하는 비용이다. 셀러가 리스팅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 양측에 지급하는 총 수수료율은 지난 20년간 5%대를 유지했다. 대개 리스팅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가 총 수수료를 반반씩 지급받는데 90년대의 경우 총 수수료율이 6%를 넘었던 시기도 있었다.

◇ ‘수요 폭등, 인터넷 검색’으로 에이전트 의존도 낮아져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에이전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에이전트를 통해야만 바이어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바이어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바이어 중 95%는 에이전트가 아닌 인터넷을 주요 매물 검색 수단으로 활용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직접 매물을 검색한 바이어는 에이전트에게 매물 검색을 의뢰한 바이어의 2배나 많았다.

예전에는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제시되는 수수료 금액이 주택 매매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바이어가 넘쳐나는 최근에는 수수료 금액에 상관없이 집이 팔리는 일이 흔하다. 전처럼 높은 수수료율을 지급하려는 셀러는 감소하는 이유다. 조 헌트 레드핀 매니저는 “역대 최악의 매물 기근 현상으로 인해 집을 내놓으면 복수 오퍼를 받고 팔 수 있다고 믿는 셀러가 대부분”이라며 “적은 수수료로도 집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에 3% 수수료(바이어 측 수수료)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인하 현상은 낮은 가격대의 매물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50만 달러 미만대 매물의 수수료 인하폭이 큰 편이다. 50만 달러 미만 가격대는 사려는 수요는 들끓는 반면 매물은 가장 부족한 가격대다. 여기에 에이전트 간 경쟁도 수수료 인하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호황을 이룬 최근 수년간 부동산 에이전트가 급증했다. 낮은 수수료 제시를 통해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는 에이전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수수료율 낮아졌지만 금액은 상승

부동산 중개 수수료율을 낮아졌지만 에이전트가 지급받는 수수료 금액은 올랐다. 주택 가격이 전국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낮은 수수료율에도 에이전트가 지급받는 금액은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9월~11월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지급된 수수료 금액은 평균 1만 2, 415달러로 1년 전 보다 약 7% 상승했다.


레드핀이 조사를 시작한 2017년 대비로는 무려 30%나 급등한 금액이다. 이는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16개월 연속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르는 신기록을 세우며 전년대비 15% 폭등한 38만 3,100달러로 집계됐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가격 급등이 수수료율 인하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라며 “하지만 주택 가격이 정체되기 시작하면 예전처럼 수수료율이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수료 정보 투명성 높아져

부동산 중개 수수료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수수료 인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어 측 에이전트에게 제시되는 수수료 정보는 에이전트만 접속이 가능한 ‘MLS’(Multiple Listing Services)가 유일한 확인 수단이었다. 따라서 일반 셀러는 다른 셀러가 에이전트에게 얼마만큼의 수수료율을 지급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레드핀 등 일부 온라인 매물 정보 제공 업체들이 작년부터 매물 정보 사이트를 통해 수수료율 정보도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전국적으로 MLS 운영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NAR이 에이전트가 개인 웹사이트에 수수료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도록 하는 방침을 통과시켰다. 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수수료 인하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수수료 지급 방식 둘러싼 집단 소송 제기

관행적인 부동산 수수료 지급 방식이 공정 거래를 헤친다는 지적은 이미 오랜 전부터 있었다. 2020년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한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원고 측은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 MLS 20 곳, 대형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업체 ‘리알로지’(Realogy), ‘홈 서비스 오브 아메리카’(Home Services of America), 리맥스, 켈러 윌리엄스 리얼티 등을 상대로 셀러에게 부풀려진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공모한 점이 연방 반독점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송의 쟁점은 MLS 시스템에 참여하는 브로커에게 바이어 측 브로커 수수료로 조정 불가능한 확정 금액을 제시하도록 요구한 NAR의 ‘바이어 브로커 수수료 규정’(Buyer Broker Commission Rule)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통적인 수수료 지급 방식에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됐다. 첫째 대개 바이어 측 브로커는 총 수수료의 절반을 지급받기 때문에 더 높은 수수료 금액이 제시된 매물만 골라서 바이어에게 권유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브로커의 업무 규모나 방식과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비율의 수수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셀러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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