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째 들어서는 코로나 팬데믹은 인류의 역사를 코로나 전세상과 후세상을 확실하게 구별짓게 될 것이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에도 밀려오는 세상의 변화가 숨가쁘게 다가온다. 코로나 전세상의 저변에 깔려있던 디지털 기술이 비대면의 상황에서 용솟음쳐 올라와 우리의 일상으로 치고 들어앉았다. 이 변화는 점점 더 가속화되어 얼마 후 또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덮친다 하더라도 인류는 이번에 배운 비대면의 기술로 이어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웹 3.0 시대가 온다고 한다. 고속 고접촉의 5G 기술과 함께 3D의 가상공간에서 VR/AR 기기와 입는 피부나 옷 같은 것을 착용하고 온몸으로 느끼고 냄새 맡고 만지면서 아바타로서 다른 아바타들과 사회생활, 문화활동, 경제생활을 하게 되는 메타버스(가상세계)의 세상의 경험을 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 신문에서 순천향대학의 입학식을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한다는 기사를 봤다. 2,500명의 신입생들은 학교에서 지원한 VR 헤드셋이 든 웰컴 키트와 스폰서에서 제공하는 “점프 어플을 실행해, 본인의 개성을 십분 살린 아바타를 꾸민 후 입학식에 입장했다”고 한다. 본교 대운동장과 비슷한 가상의 대운동장에서 입학식을 마친 후 그들은 총학생회가 준비한 캠퍼스 투어, 대학 생활안내, 같은 과 신입생과 재학생과 담당교수들과 “아바타로 자유롭게 상견례를 나누기도 하였다”고 한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생각난다. 장자의 내편(內篇) 두번째 장 제물편(齊物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어 ‘진실로 유쾌하고 마음에 맞아 따라가다 보면서’ 나비로서 생생한 경험을 한다. 진정 자신이 나비라고 생각했지만 꿈을 깨어보니 놀랍게도 자신이 장자이더라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요즘 장자의 이 질문이 절실해진다. 나는 누구이고 인간은 무엇인가? 이 두개의 질문에 매달려 역사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싸운 사람은 니체라고 생각한다. 그 처절한 고뇌 때문에 그는 실존주의 철학의 우뚝 선 기둥이 되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심한 근시였고 청년 때에는 가벼운 마비증과 신경매독, 군복무중에 낙마해서 가슴을 다쳤고 그 후 이질과 두통, 우울증, 소화장애에 시달렸다. 결국 건강 때문에 바젤대학의 고문학 교수직을 사퇴하고 알프스의 작은 마을에서 운둔생활 하면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다. 생애의 마지막 10여년은 자신을 잃어버린 조현병으로 여동생의 돌봄에 의지하다가 사망했다.
그의 업적은 당시에 만연한 기독교적 가치관인 몸과 영혼의 이원론 등 일체의 관념론적 형이상학을 깨부수는 ‘망치를 든 철학자’로서 자신만의 세계의 창조자로 살아갈 것을 강조하는 실존철학의 개념의 확립에 있다. “만약 신들이 있다면 내가 창조자로 살아갈 수 없다. 신들은 나를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들은 없다”고 하며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휴대폰에 오만가지 앱이 다 들어오면서 스크린타임이 우리의 24시간을 잠식하고 있다. 신문과 책이 문서가 다 스크린 속에 들어갔다. 대화도 만남도 스크린으로 들어갔다.
니체는 말한다. “가장 조용한 말들이 폭풍우를 불러온다. 비둘기 걸음으로 오는 생각들이 세계를 운전한다.”(짜라투스트라).
일주일에 하루는 셀폰을 집에 두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자. 그래서 ‘가장 조용한 말들’, ’비둘기 걸음으로 오는 생각들’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비와 아바타 속에 숨어 있는 ‘나’, 자신’이라는 현자를 찾으러.
<
김은영 기후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