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막이 오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 중반전 시점에 쏟아지고 있는 평가다.
‘중국에 앞서면 무조건 반칙이다’-. 이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기본 룰인 모양이다. 한국뿐이 아니다. 일본, 미국, 독일, 노르웨이, 헝가리, 심지어 러시아 선수들도 이 룰이 적용돼 메달권에서 탈락했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중국선수가 금메달을 딴다. 그러자 열광하는 대중. 그 모양새가 그렇다. 단순한 텃세 정도가 아니다. 우정이니, 페어플레이니 하는 올림픽정신은 아예 말살됐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중화주의로 덕지덕지 개칠을 했다고 할까.
‘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관련해 새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라는 극히 회의적 시선과 함께.
“1936년 나치 히틀러시절 베를린 올림픽의 재현으로 봐야 한다. 인종청소 게임이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소름 돋는 디스토피아적 올림픽이다.” 국제인권운동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으로 인종청소 박해 현장인 신장의 위구르자치구 출신 여자 크로스컨트리 선수를 보란 듯이 올림픽개막식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내세운 베이징의 뻔뻔한 조치를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뇌물외교의 결정판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보인다.” 동시에 나오고 있는 또 다른 비난이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개막식에 참석한 외국의 정상급인사는 20명이 채 안 된다. 눈에 띄는 인물은 푸틴 러시아대통령 정도. 나머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는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 이른바 ‘스탄’국가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권위주의 체제 지도자들의 개막식참석도 결코 공짜출연은 아니다.
푸틴은 개막식 날 1,175억 달러에 이르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계약을 얻어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지도자들도 저마다 수억에서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지원을 사전에 약속받았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23억 달러의 재정지원 보너스를 받았다.
포린 어페어스에 따르면, 그러니까 2급 품격인 권위주의체제 지도자들을 돈으로 매수해 중화주의를 온 천하에 알리는 올림픽 개막식에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것. 그들과의 개막식 리셉션 광경은 더 가관이다. 황제가 조공사절을 접견하는 형태로 좌석배치를 한 것이다.
서방언론에 정작 쇼킹하게 비쳐진 건 개막에 앞서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선수단의 출정식광경이다. “영수(시진핑)에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 일등만이 목표이고 패배는 인정치 않는다. 총서기(시진핑)와 함께 미래로 가자.” 선수단이 외친 구호다.
오직 시진핑을 위해 메달 획득에 목숨을 걸겠다는 것은 올림픽을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다. 그 모습은 문화대혁명 시 ‘마오’를 외쳐댔던 홍위병의 광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금메달을 따면 열광을 한다. 실수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다. 그러면 수억의 네티즌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신상을 탈탈 터는 등 인신공격을 해댄다.
아버지의 나라이자 태어난 나라인 미국 대신 어머니의 나라인 중국을 택한 선수가 금메달까지 선사하자 당장 대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우승한 에일린 구(중국명 구아이링)의 이야기다.
역시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렇지만 부모의 나라 중국을 선택해 피겨 스케이트 대표 팀으로 출전한 주이의 스토리는 이와 정 반대다. 첫 출전 경기에서 실수로 넘어지자 뒤따른 것은 중국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이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에일린 구가 우승을 하자 ‘구아이링 금메달 따다’ 해시태그는 한 시간 만에 3억 조회를 기록했다. 반면 ‘주이가 넘어졌다’란 해시태그는 2억 조회를 기록한 것도 모자라 온갖 조롱과 욕설의 댓글이 쏟아졌다.
‘제로-코비드’정책과 함께 올림픽 참가 외국 선수들에게도 막무가내 식 단속을 펼치고 있는 베이징 스타일 방역. 이 역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상징으로 중국은 공산전체주의 체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평가다.
이 에피소드들을 종합하면 한 가지 그림이 떠오른다. 붉은 애국주의, 중화주의 선동선전에 영혼이 병든 중국인민들. 공산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권력 앞에서는 한 없이 비굴하면서도 내셔널리즘 광기로 똘똘 뭉친 집단주의적 멘탈리티. 그 가운데 중화제국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영구집권을 굳히려는 시진핑의 중국몽의 실체가 올림픽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할까.
그 소름끼치는 광경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중(反中)정서이고 한국에서는 그 감정이 폭발상황에 이르렀다는 보도다. 이런 점에서 2022 베이징 올림픽은 이미 실패한 올림픽이다.
이와 동시에 그 허구성이 새삼 드러나고 있는 것이 있다. 모화종북(慕華從北)으로 요약되는 문재인 정권의 외교노선이다. 집권 세월 내내 불러대느니 중국몽찬가로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도 전혀 안중에 없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해 6.25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나 홀로 구상에만 몰두해왔던 것.
그 착상의 황당함도 황당함이지만 시대착오도 이런 시대착오가 없어 보여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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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