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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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3苦 부채질 멈추게 하려면

2022-02-04 (금)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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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기간 아내와 장 보러 함께 갔는데 물건을 몇 번이나 집었다 놓았다 하는 모습을 봤다. 값이 예전보다 너무 올라 망설인 것이다. 외식하러 식당에 가면 설렁탕이든 냉면이든 메뉴판 가격이 어느새 바뀌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2.5%인데 뒤로 갈수록 가파르게 올라 11∼12월 상승률은 3.7∼3.8%에 달했다. 국민 먹거리인 농축수산물만 보면 8.7%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0%로 40년 만의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올가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원유가 상승과 공급망 타격으로 올해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했다.


에너지를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많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입 물가가 17.6% 올랐으며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6.4%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올해 물가 압력이 거세질 것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며 골드만삭스는 원유 가격이 올해 3분기 배럴당 100달러를 찍는다고 경고했다.

물가 상승도 버거운데 은행 대출금리까지 올라 국민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3.63%로, 신용대출 금리는 5%대 이상으로 올랐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는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돈줄을 조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서너 차례 또는 그 이상까지 올릴 계획이므로 한은도 금리 인상을 미룰 수는 없고 앞으로도 또 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다. 미 연준의 긴축정책과 국제 정세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높아진 까닭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 도움을 주지만 소비자 관점에서는 우리 돈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저유가·저금리·저환율 등 이른바 3저(低) 현상으로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두 해 동안의 경제 충격을 맛본 우리에게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高)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소비자에게는 세 가지 괴로움을 뜻하는 3고(苦)일 수도 있다.

정부는 물가 대응책으로 전기 요금을 동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을 막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권한을 동원해 기업의 가격 인상까지 억누르려 한다. 이 같은 방법은 통계상 물가 상승률을 낮추거나 일시적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실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없애지 못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저 다음 정부로 미루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여겨질 정도다. 불요불급한 정부 지원금을 축소해 수요 쪽 압력을 낮추고 공급 쪽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전환해 값싼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것이 고유가 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다.

3월 대통령 선거에 매달린 정치권은 물가와 금리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국채를 발행해 지원금을 살포하려고 추가경정예산을 밀어붙인다. 적자 국채 발행이 국채금리를 상승시키고 은행 조달 비용을 높여 시중금리를 끌어올린다는 게 기본 경제 상식이다. 국채금리가 지난주 4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도 정치권은 국채 발행을 늘려 추경 규모를 대폭 확대하라고 주문한다. 고공 상승하는 물가와 금리를 더 띄우기 위해 안달하는 정치를 국민이 멈추게 해야 한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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