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小寒), 대한(大寒)도 지났다. 올 겨울도 다 지나갔다고 할까. 어느덧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내일모래다.
2월과 함께 세계인의 시선은 베이징으로 쏠리고 있다. 2008년에 이은 두 번째 중국의 화려한 커밍아웃,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인가.
오미크론 변이 만연상황에,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만신창이가 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그 기형적 행사도 볼거리라면 볼거리다. 그러나 정작 관심은 올림픽외적 이벤트에 쏠리고 있다.
‘러시아군의 침공이 임박했다’- 우크라이나 발로 연일 전해지고 있는 뉴스다. 그런데 정황이 다소 이상하게 전개되고 있다. 푸틴이 뭔가 미적거리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3기연임을 앞두고 만난을 무릅쓰고 시진핑이 추진해온 올림픽이다. 중국의 파워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무대를 애써 만든 것이다. 푸틴은 그 점을 고려해 진공계획을 잠시 멈춘 것인가.
그 푸틴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행사에 참여할 예정으로 있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 4일에 시작돼 20일에 끝난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 주둔 러시아군의 기동훈련은 2월 10일에서 20일 기간 동안으로 잡혀 있다.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올림픽이 바로 끝나는 시점이다. 그리고 얼은 땅이 녹기 전, 다시 말해러시아군 탱크가 용이하게 진격할 수 있는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이 타이밍에 푸틴이 베이징에서 시진핑과 밀담을 한다.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푸틴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대만에서 동시도발을 해올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시진핑과 푸틴은 직접적 대면을 통해 그 시기를 조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이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2022년 2월은 전쟁발발의 위험이 가장 큰 ‘아주 잔인한 2월’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유라시아대륙의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동시패션 식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두 권위주의 세력의 도발, 이 사태의 근본적 배경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2021년 8월15일 카불함락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 붕괴와 비견될 수 있다.” 푸틴의 측근이자 러시아 민간 외교자문단체 ‘외교국방정책회의(СВОП)’ 의장인 표도르 루키야노프가 한 말이다.
냉전종식과 함께 형성된 미국 중심의 1극체제 국제질서는 무너져가고 있다는 선언이다. 베이징의 시각도 비슷하다. 그 가장 간결한 표현은 ‘서방은 지고 동방은 부상하고 있다’는 시진핑의 명언(?)이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서방은 기진한 과거의 세력이란 진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푸틴과 시진핑의 시각도 아주 흡사하다. 미국 중심의 1극체제 하에서 워싱턴은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미명 하에 컬러혁명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체제전복을 꾀해왔다는 것이다.
홍콩 자유화 운동이 전개되자 외부의 불순세력으로 베이징은 바로 미국을 지목하고 나섰고,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푸틴은 미국을 그 배후세력으로 비난한데서 볼 수 있듯이.
그 중국과 러시아가 손에 손을 잡고 새로운 국제질서, 다시 말해 권위주의 형 독재체제 유지발전에 보다 안전한 세계구축에 나섰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이 두 독재세력은 단순히 하드 파워를 통해서만 국제질서 개편에 나선 것이 아니다. 나름 아이디어전쟁도 벌이고 있다. 베이징의 유교와 공산주의의 융합시도가 그 하나로 서방에 비해 상대적인 코비드-19 방역성공을 개인의 권리보다 집단행동을 강조해온 중국시스템의 승리라는 식의 선전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두 체제가 동시에 강조하고 있는 것은 ‘sphere of influence’다. 독립 국가는 국방과 외교노선 선택에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중심의 보편적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반발, 정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또 중국의 ‘sphere of influence’를 서방세계는 보장하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거다. 우크라이나 침공위협이 바로 그 정책의 일환이다.
sphere of influence는 국제관계에서 강대국이 주변의 약소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을 말하는 것으로 그 세력권에 갇힌 약소국은 식민지나 위성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멋대로 힘을 통해 지역패권국가, 더 나가 세계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시진핑과 푸틴은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거다.
그들이 내건 sphere of influence를 일본 말로 하면 ‘나와바리’라고 하던가. 그래서인지 멋대로 ‘내 구역’을 설정하고 금품을 뜯으면서 폭력을 불사하는 조폭의 생리를 연상시킨다.
세력권 설정의 첫 단계는 외교와 국방의 주권에 대놓고 간섭하는 핀란드화다. 그 다음 단계는 주변국을 위성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말을 안 들으면 침공을 하는 거다. 과거 냉전시절 프라하사태가 그 예다.
노골적으로 완력을 과시하며 권위주의 형 국제질서구축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 거기서 비롯된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위기. 이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지 않을까.
한국의 3·9 대선에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체주의 대륙세력이냐, 자유민주주의 해양세력이냐, 그 선택의 기로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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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