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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정비소‘빼곡’…“안 사고 고쳐 탄다”

2022-01-26 (수)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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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차·중고차 가격급등, 재고부족에 사기도 힘들어

▶ 차 부품도 부족해 수리비용, 기간 길어져 불편

팬데믹발 공급망 붕괴로 촉발된 자동차 가격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쓰던 차를 고쳐 타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식과 마일리지를 고려, 신차 혹은 중고차 구매에 나섰던 운전자들이 역대급 가격 상승에 대안으로 수리를 택하고 있는 것.
실제 뉴욕일원 한인 자동차 정비소들은 몰려드는 수리 차량에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인스펙션이나 미션, 엔진 문제 등 2,000달러 이상 비용이 드는 경우도 가격 상관없이 수리를 맡기고 있다는 것으로 차량 정비소마다 대기 차량이 ‘빼곡’ 하다.


노던블러바드 선상에 위치한 한 차량 정비소의 한인대표는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여전한 신차 공급난으로 수리 차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신차와 중고차 가격 급등이 수요 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자동차 정보 전문업체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고차의 평균 거래 가격은 약 3만달러에 달했다. 1년 전(2020년) 약 2만3,000달러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30.4% 오른 수치다. 공급망 붕괴로 신차 공급이 달리면서 일부 인기 차량은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앞서기도 했다.

신차 가격도 재고 부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평가 전문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평균 가격은 4만7,077달러로 1년 새 6,220달러 올랐다.

새해 들어도 신차 공급난은 여전해 원하는 차를 구하려면 웃돈 요구는 물론,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인스펙션 문제로 신차를 구입하려 했던 한인 이모씨는 “인스펙션을 통과하려면 4개 부품을 교체해야하는데 비용이 2,000달러에 달한다”며 “평소 같으면 차를 바꾸는 게 당연했겠지만 지금은 이 비용을 주고라도 수리해 타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2004년형 차량을 갖고 있는 한인 최모씨도 “엔진 문제로 차를 바꾸려했는데 신차, 중고차 할 것 없이 가격이 너무 올라 포기했다”며 “당분간 고쳐 타고, 내년이나 후년 쯤 차 가격이 정상화될 때 차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수리 차량이 증가하면서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노던블러바드 선상에 위치한 한 차량 정비소의 한인대표는 “부품 수요가 늘면서 바디 서플라이 공급이 지연되기 시작했다”며 “주문 후 두 달 넘도록 도착하지 않는 부품도 있어 작업 지연이 일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관련 물가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올랐다. 아직 자동차 가격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수요 대비 재고를 구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점점 부품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은 가격 인상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플러싱 소재 한 차량정비소의 한인 대표는 “새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중고차에서 부품을 떼어와 수리하는 일도 허다하다”며 “일부 손님들의 경우에는 수리가 가능한 업체를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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