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후 플랜테이션빌리 토니 리(한국명 정순영 사진) 한국관장이 19일 오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 유족으로 1녀가 있다.
고인은 1937년 부산에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한국전쟁 중에 김구 선생을 보필하던 부모님이 납북되며 한 순간에 고아가 되어 힘든 초년생활을 보냈다.
1969년 32살의 나이에 친구 따라 놀러 온 하와이에 정착한 이후 2번의 결혼으로 무남독녀 딸을 키우며 싱글 마더로 그리고 한국문화 홍보대사로 오늘의 하와이 한류열기의 기반을 다졌다.
1970년대 한국사람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 달려 가던 그 시설 하와이대학교에서 한라함 선생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1989년 라나킬라 노인센터에서 한국 무용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주정부와 시정부 관계자들에게 한국문화 홍보대사로 본격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
라나킬라 한인문화클럽 회장,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 한국관 관장, 할레마누 문화클럽 강사로 활동하며 한국을 전혀 알지 못하던 하와이 주민들에게 한국 음식과 한복 그리고 전통 무용 등을 알리는 팔방미인으로 로컬사회에서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고인은 시와 주정부 측이 요청하는 한국문화 관련 행사는 도맡아 진행하다시피 했다.
자비를 들여 마련한 한국전통 한복도 궁중 패션쇼를 진행 할 수 있을 만큼 콜렉션이 다양해 리 도나휴 경찰국장, 문대양 전 대법원장, 앤 고바야시 시의원, 도나 모카도 김 주상원의원, 메이지 히로노 연방의원 등 하와이 현지 유명 정치인 치고 ‘토니 리’의 한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한국 전통 한복을 지역사회에 보급하는데도 열성적이었다.
고인은 2017년 본보와 '나는 역사다' 인터뷰를 통해 한류열기 속에서 정작 하와이 한인사회가 주체가 되어 한국문화를 이어 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시 고인은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 다민족 문화축제는 하와이 초기 이민자들의 삶을 자라나는 차세대들에게 보여주는 역사교육 현장으로 주정부가 관할해 운영하고 있지만 한인사회가 결코 방치해서는 안될 곳”이라며 “한인회나 한미재단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에서도 이 곳의 한국관 운영에 관심을 갖고 다민족 문화축제에서 한국문화축제가 그 맥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었다.
아울러 고인은 언제부터인가 한국문화 축제 행사장에 한인들 보다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로컬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의 자원봉사가 있어 한국문화축제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었다.
“문득 내가 떠나고 나면 이 봉사를 누가할 것인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내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부디 한인사회가 화합해 후손들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놓칠 수 없는 일인지를 챙겨서 그 맥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당시 인터뷰를 마친 바 있다.
19일 고인의 부고 소식을 전한 하와이 한인문화회관 이사진들은 고인이 생전에 고민했던 와이파후 플랜테이션 빌리지 한국관 설 문화 축제는 하와이 한인문화회관(HKCC)에서 고인의 유지를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례식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비공개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