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래왔듯 올해에도 필자는 대통령이 거둔 성과와 실책을 각각 열 개씩 추려 보았다. 정기독자들은 지난 1년간 필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히 비판적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연말분위기에 맞게 이번 칼럼에는 그가 거둔 취임 첫 해의 열 가지 성과만을 골라 역순으로 정리했다.
10. 조 바이든 대통령은 킬러 혹성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우주 방어시스템 실험을 실시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NASA(미항공우주국)은 “인위적 충돌을 통해 지구로 향하는 혹성의 궤도수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사상최초로 특별히 제작된 충돌실험용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9.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와 시리아 내에서 이란의 용병역할을 하는 무장집단을 겨냥해 두 차례의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의 지원 아래 미국인을 살해하거나 위협하는 무장집단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8. 바이든은 미국의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915년에 발생한 터키의 아르메니안 집단학살을 공식적인 종족대학살(genocide)로 인정했다. 그의 성명은 제아무리 미국의 우방이라 해도 인권을 침해한 국가에 대해서는 단호히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7. 그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안 해커집단에게 지불한 랜섬(ronsom)의 대부분을 회수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자사의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켜 동부 연안지역의 연료부족사태를 일으킨 랜섬웨어 공격자들에게 그들이 요구한 액수대로 랜섬을 지불했다. 그러나 연방 법무부는 자금흐름을 추적한 끝에 230만 달러에 상당하는 63.7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하는데 성공했다.
6. 바이든은 우호적인 법관들로 법원을 채우려는 좌파의 움직임을 비껴갔다. 그는 연방법원의 인적구성을 바꾸려는 시도에 초연한 지각 있는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로 법관 인선위원회를 구성했다.
5.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호주, 인도와 일본 사이의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지위를 격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8년간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던 쿼드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장관급 협의체로 바뀌면서 활기를 되찾은데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연례 최고 지도자 회의로 지위가 재격상됐다. 쿼드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주요 민주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를 지킨다는 취지아래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조직한 다자안보협의체이다.
4. 바이든은 타이완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한 “민주주의를 위한 110개국 정상회의”에 타이완을 초청했고,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에 타이완의 실질적 주미대사를 초청했으며 글로벌 코비드-19 정상회의에 타이완이 참여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타이완의 방위력 증강노력을 계속 지원했으며 국제무대에서 압력을 행사해 타이완의 독립국가 지위를 박탈하려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시도를 막아냈다.
3. 그는 중국의 패권주의 추구에 제동을 걸기 위해 호주, 영국과 함께 역사적인 3자 안보협의체(AUKUS) 구성을 선언했다. 새로 출범한 AUKUS는 호주에 핵잠수함 개발역량을 제공함으로써 태평양 제해권을 강화했으며 사이버안보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의 3각 협력을 증대했다.
2. 그는 나라 안팎에 코비드백신 제공을 가속화했고, 이에 따라 현재 미국 성인인구의 70% 이상이 완전접종을 마쳤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110개국에 3억회 접종분의 백신을 전달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국제사회에 공여한 백신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그는 개발도상국가들에게 백신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연합체인 글로벌 코로나군단(Global Covid Corps)도 발족시켰다.
1. 바이든 대통령은 양당합의로 의회를 통과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기반시설 법안에 서명했다. 그는 대선전에서 양당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집권 첫 해 초당적 합의아래 의회를 통과한 주요 법안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법안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도로, 교량, 항구와 수로에 대한 장기투자를 제공하게 된다. 이 법안의 통과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제도가 폐기될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 폐기에 반대한 키르스텐 시네마(애리조나)와 조 맨친 III(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의 정치생명이 연장되면서 양당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물론 이들 이외의 다른 성과도 더러 있지만 필자가 선정한 톱 10에는 들지 못했다. 이 중에는 59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를 금지한 행정명령도 포함된다. 이들 59개 기업은 중국 군부와 긴밀히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양당합의에 따라 위구르족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한 법안에 서명했고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는 미국 선수들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중국의 인권침해에 항의하기 위한 조치이다.
바이든이 태도를 바꾸지만 않았다면 충분히 톱 10 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정책들도 다수 있다. 그는 CNN 타운홀에 출연, 타이완이 공격을 당한다면 미국은 타이완 방어에 개입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정책을 끝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이어 백악관은 뒷걸음질 쳤고 정책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 부르면서 러시아와 독일 사이의 노드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반대했지만 얼마 못가서 프로젝트 진행에 청신호를 켜주었고 이로 인해 푸틴에게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었다.
마크 시센(Marc A. Thiessen)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로서 격주로 해외와 국내 정치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다. 폭스 뉴스 해설자이며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 펠로우이고,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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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A. 시센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