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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망대] `하와이 한인 이민종가 유산’ 세계와 소통한다

2021-12-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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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망대] `하와이 한인 이민종가 유산’ 세계와 소통한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난 10월 뉴욕 유엔과 최근 LA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지켜 보며 문득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꾼 세상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문화 강국을 꿈 꿔 온 백범은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 강국이 되어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기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제41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무지개 나라의 유산> 은 미주한인 이민종가 하와이 한인사회의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지개나라의 유산>은 5년여 전 이진영 감독이 지금은 고인이 된 김창원 회장을 인터뷰 하며 갖게 되었던 영감과 ‘그들은 왜, 무엇을 위해 고국을 등지고 먼 이국 땅 하와이로 건너 왔을까?’ 라는 감독의 궁금증을 한국 정부의 지원금으로 사탕수수 농장 이민 후손들의 삶의 족적을 통해 풀어가는 역사 다큐이다.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 홈페이지와 한국TV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감독의 하와이에 대한 사랑과 이민 선조들에 대한 진심 어린 경외심이 문대양 전 대법원장과 해리 김 전 시장을 비롯해 하와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 마이클 림,
한인 3세 작가 게리 박, 양성철 전 주미대사 부부 등 의 마음을 움직이며 결국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하와이 외에도 유럽과 중국 한국의 다수 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상영되며 118년의 하와이 한인 이민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번 다큐를 통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해리 김 전시장은 세계인들이 막연하게 그리는 바로 그 공직자, 정치인의 모습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활화산과 함께 살아가는 하와이 원주민들과 해리 김 시장과의 가슴 뭉클한 사연은 팬데믹 이후 부익부 빈익빈, 계층간, 인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세상을 향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백범이 광복 된 조국이 문화의 강국으로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기를 염원했다면 해리 김 전 시장은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민족적 자긍심과 확고한 정체성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무엇보다 통일 한국을 위해 노력해 갈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주목 받기까지 블랙리스트, 딴따라, 광대 등으로 홀대 받으면서도 조상의 뜨거운 피를 지켜온 예술인들이 있어 가능했다면 이번 다큐를 통해 하와이가 '미주 한인 이민종가'로 세상과 만나게 된 것은 이 감독에 영감을 준 김창원 회장과 커뮤니티가 노력해서 함께 찾아 낸 선조들의 유산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이 감독과 함께 김 회장( 12/14/1928-03/27/2018)이 영면하고 있는 누우아누에 위치한 묘소를 찾아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생각해 보았다.

생전에 김 회장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이민90주년기념사업회, 2003년 미주한인이민100주년기념 사업의 성공 개최, 2006년 동포사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했던 한인 자본 은행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며 태평양 한 가운데 작은 섬 하와이를 한국인들의 해외 이민종가로 우뚝 세웠다.

고인 부모님을 비롯한 이민선조들의 발자취를 우리들에게 살려내며 동포사회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 이민종가 종손으로서의 품격을 지켜갈 것을 소망 했었다.

고인의 이런 리더십이 한미재단 하와이의 설립과 <무지개나라의 유산> 다큐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 회장이 우리 곁을 떠난 이후 한인사회는 그가 우리에게 물려 준 솔선수범의 리더십 유산을 이어 갈 이민종가 종손으로서의 진정한 역할기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한인회는 한인문화회관과의 홀로서기 막바지 협상 타결의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전히 '분규단체' 꼬리표를 달고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생한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이민종가 200년 역사 만들기를 위한 문화적 역량 결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임인년 새해에는 한국일보 창간 50주년, 2023년 미주한인 이민12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분규단체 꼬리표를 떼어 낸 한인회를 비롯해 한미재단, 한인문화회관을 중심으로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뜻을 모으며 종가로서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3의 이민물결을 타고 하와이에 건너온 한인 1세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제2, 제3의 <무지개 나라의 유산> 탄생을 준비하며 세계와 소통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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